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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성장성은 금메달 수익성은 노메달

  • 2021.08.09(월) 15:21

[워치전망대]
3사 합산 흑자전환 했지만 일회성 요인 커
300조 넘는 수주잔고에도 수익성은 고민

지난 2분기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의 100% 자회사),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외형 성장이 가팔랐다. 3사 합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조원 넘게 불어난 8조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괜찮아 보였다. 3사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적자에서 886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그런데 뜯어보면 애매한 구석도 있다. LG와 SK가 벌인 소송전의 결과가 이번 분기 실적에 크게 반영된 측면이 있어서다. LG 영업이익에만 무려 1조원이나 더해진 영향이 있었다.

3사는 앞으로도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LG와 SK가 밝힌 배터리 수주잔고만 310조원이 넘는다. 이같은 수주잔고는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실적에 반영돼 10년 뒤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불안감이 깨끗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K-배터리, 쑥쑥 크고는 있는데…

지난 2분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업 부문 매출액은 8조4730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5조817억원) 66.7%나 성장한 것이다. 영업이익 합계도 전년 -143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한 8860억원을 기록했다.

3사의 뛰어난 실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82% 증가한 5조131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422%나 급증한 815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상세한 내역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LG는 SK이노베이션과 벌인 배터리 소송전에서 사실상 이기면서 합의금 총 2조원(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받기로 했는데, 이번에 현금 1조원을 영업비밀 사용료 개념으로 분류해 영업이익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2조에 끝난 배터리 분쟁…분주했던 '막전막후'(4월12일)

만약 이번에 1조원의 합의금을 영업이익으로 반영하지 않고 ESS(에너지저장장치) 관련 충당금 약 4000억원만 반영했다면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2000억원가량 영업손실을 낼 수 있었다.

반면 합의금을 내준 SK이노베이션는 지난 1분기에 1조원가량을 영업외손실로 처리해 먼저 털었다. ▷관련기사: SK이노베이션 '1조 날리며 털어버린 불확실성'(5월13일) 이에 따라 2분기 배터리 사업 실적도 양호했다. 흑자를 내진 못했지만 신규 판매물량이 늘어 매출액이 6302억원에 달했다. 전년동기 매출(3382억원) 대비 약 86% 증가한 것이다.

2019년 2분기 이 회사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1459억원 수준이었는데 올 2분기까지 무려 332% 커졌다. 아직은 적자지만 수익성도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영업손실은 전분기 대비 약 788억원 줄어든 97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작년과 비교한 영업이익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이 회사 에너지 및 기타부문 사업은 16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전년(64억원)보다 무려 2536% 치솟았다. 매출액도 전년보다 41% 증가한 2조7118억원이다. 자동차 배터리 사업이 유럽 주요 고객사를 상대로 매출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개선된 영향이란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자동차 배터리 사업은 2019년 4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이후 5개 분기 연속 적자였다가 올 2분기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며 "최초 흑자전환은 아니지만 적자를 상쇄할 만큼 유의미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LG·SK 따놓은 일감 300조라지만…향후 10년분

각 사의 배터리사업은 외형 면에서 '배보다 커진 배꼽'이 되고 있다.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키워 기존의 화학(LG), 정유(SK), 디스플레이(삼성) 사업보다 매출이 커졌거나, 곧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익성은 아직 '애매한 구석'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세계 수위권의 생산능력과 기술을 갖춰 일감도 확보하고 있지만 열띤 경쟁 속 설비투자와 가격경쟁력 확보가 급선무인 탓이다. 

LG화학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은 3분기에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른 자동차 전지 및 IT(정보기술)용 소형전지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증설 라인의 조기 안정화와 원가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3분기에는 전지부문의 출하량 증가로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영업이익 증가 추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 회사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현재 180조원 수준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 인도네시아 등에 배치한 배터리 생산 거점들도 생산 능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LG는 지난 29일 현대차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함께 연산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짓는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손잡고 동남아 첫 진출(7월29일)

이 같은 수주잔고는 장기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자동차 전지의 경우 공급 기간이 짧으면 3년에서 길면 7~10년까지 된다"며 "공급이 발생하는 해당 시점에 매출과 손익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쌓아놓은 대규모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해뒀다. 윤형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기획실장은 실적발표 뒤 "현대차, 기아, 포드, 다임러 등 기존 고객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제조사들의 신규 수주도 지속 추진중"이라며 "현재 수주잔고는 1000기가와트시 수준으로,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에 해당한다"고 했다.

손익 반영 시점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7~8년 내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는 현대차 '아이오닉5' 관련 실적이 반영되며 실적이 일부 경쟁사를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흑자전환 시점은 내년으로 잡고 있다. 윤 실장은 "내년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6조원, BEP(손익분기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국, 헝가리 등 해외 공장의 초기 가동에 고정비가 소폭 증가할 수 있으나 원가 혁신 노력과 수율 제고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정확한 수주잔고를 밝히진 않았으나 하반기에 실적이 지속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종성 삼성SDI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하반기는 자동차 배터리뿐 아니라 중대형 전지, 소형, 전자재료도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3분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젠5'(Gen.5)에 거는 기대도 크다. 젠5는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여 주행거리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젠5 배터리는 3분기부터 BMW에 공급을 시작해 4분기부터는 자동차 전지 매출 신장에 기여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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