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사회가 순식간에 다가왔다. 수소경제 규모는 2050년 30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각국도 수소경제 주도권 잡기에 치열하다. 한국 역시 적극적이고, 상대적으로 앞서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전에 없는 기회다. 국내 수소경제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또 그 생태계의 구성원이 될 기업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GS그룹은 에너지 부문 핵심 자회사 GS칼텍스를 중심으로 수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트렌드와 저탄소 정책 기조에 발맞춘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 이유도 분명하다. 기존 주력인 석유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것이다. 특히 GS는 다양한 수소 관련 기업 및 기관들과 손잡는 방식으로 위험을 줄여가면서 사업 기반을 다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GS칼텍스 중심으로 사업 시동
GS칼텍스는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소 충전이 가능한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H 강동 수소충전소'를 처음 선보이며 수소 사업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휘발유와 경유, LPG(액화석유가스)뿐만 아니라 수소, 전기도 공급할 수 있는 이 복합충전소는 GS칼텍스가 직접 운영한다.
특히 올해 2분기 들어 다양한 사업자와 손잡으며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지난 5월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정에서 버려지는 LNG(액화천연가스) 냉열을 사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액화수소를 수도권과 중부권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 판매할 계획도 세웠다. GS칼텍스는 지난달 공개한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액화수소 충전소는 기체 충전소 대비 필요한 부지 면적이 3분의 1"이라며 "도심지역에도 설치가 용이해 고객의 접근이 편리해지며, 부피가 작아 기체 수소 대비 운송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여수시,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 중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여수시에 있는 한국동서발전 호남화력발전소의 유휴부지에 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약 5만가구가 친환경 수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는 이와 관련 "LNG를 원료로 하는 다른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와 달리 부생수소(공정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며 "연료전지 발전소는 발전기에 장착된 미세먼지 필터를 통해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를 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으로 관심 넓혀 '포스코와 협력'
GS칼텍스는 이에 더해 수소 사업 추진을 위한 별도 조직을 지난 7월 신설했다. 전담 조직을 통해 국내외 파트너들과 함께 수소 관련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 첫번째 결실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됐다. 이달 7일 GS그룹은 포스코그룹과 손잡고 2차전지 재활용, 수소, 바이오 사업 부문 등에서 협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가 이날 개최한 교류회에는 GS그룹의 허태수 회장뿐만 아니라 ㈜GS 홍순기 사장, GS에너지 허용수 사장이 앞에 나섰고, ㈜GS 재무팀장(사장)과 미래사업팀장(전무),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전무) 등까지 출동해 포스코그룹을 만났다.
양사는 수소사업 분야에서 해외프로젝트 공동 참여 및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및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그룹의 중간지주사 GS에너지는 포스코와 이번 수소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따로 체결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기존 석유 에너지 생산과 운송, 공급까지 모두 운영한 노하우를 활용해 앞으로도 전기,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서비스를 꾸준히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