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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규제]미국·EU 법안 따라하다 혁신 저해할라

  • 2021.10.02(토) 07:20

급등장한 카카오 규제 이슈, 해외 사례 영향
전문가 "규제 필요성 공감, 정치 논리 우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지위 남용'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반독점 규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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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거대 플랫폼은 나쁘다'는 전제 하에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를 주도하는 것은 자칫 실효성을 잃을 뿐더러 '플랫폼 길들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주도권 다툼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중 규제로 인한 업계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 '플랫폼 지위 남용' 규제 움직임

공정거래조정원과 서울대 경쟁법센터, 고려대 ICR 센터는 지난달 28일 이러한 주제로 학술행사를 개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추진되고 있는 강력한 플랫폼 규제 법안을 가져다 국내 상황에 적용해도 될지 등을 논의해보는 자리다.

참석자들은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내세워 배짱 영업을 하는 등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제어해야 한다는 데에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과 관련한 분쟁의 원인은 투명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배달 음식점 사업자가 플랫폼에 광고비를 내고 광고를 한다해도 어떠한 방식으로 자사의 광고가 노출될지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에 투명하게 광고 정보를 공개하라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상품이 어떤 이용자를 대상으로 판매되는지 등 아주 디테일한 정보는 모두 플랫폼이 가지고 있고, 플랫폼은 이를 활용해 빠르게 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며 "독일이 (빅테크) 금지행위 목록에 데이터 접근을 반영한 것도 정보력 차이로 발생하는 자사우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EU 따르려는 정부 여당, 중복 규제 우려

정부와 정치권은 연일 카카오 등을 대상으로 한 '빅테크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당은 지난달 초 열린 토론회에서 카카오를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달 열리는 국감에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플랫폼 지위 남용을 손보려는 정치권과 정부의 강한 움직임의 기저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강도 높은 빅테크 규제가 깔려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의 강경 규제론자인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의 논문에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정치권에서도 각종 토론회를 개최하며 해외의 동향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규제에 정치 논리가 과도하게 침투하는 것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빅테크 독점을 막는 의원 입법이 다수 통과될 경우 기존 법안과의 이중 규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혁신 사업의 글로벌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규제 이슈를 놓고 학계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사진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서울대 경쟁법센터, 고려대 ICR 센터가 지난 28일 개최한 학술행사 모습. /사진=서울대 경쟁법센터 유튜브 갈무리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플랫폼 규제 이슈는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큰 게 나쁘다(Big is Bad)'라는 건 기본적으로 정치적 의제이지 과학적인 분석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랫폼 이슈의 정치화가 경쟁당국에게 득이 될 것인가, 경쟁법에 정치적 요소가 과도히 침투하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처리를 강행하는 가운데 방통위 법안과의 중복 규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난설헌 교수는 "국내도 의원안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통과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우려가 나올만 하다"며 "디지털 경제 규제를 놓고 권한의 문제가 생기는데, 전통경제에 입혀진 디지털화까지 고려하면 중복규제, 이중규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선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미국 패키지 법안은 경쟁의 원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반면 국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갑을 관계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을관계 규제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단 플랫폼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별도의 빅테크 규제 입법보다는 공정거래법의 점차적인 개정이 국내 실정에 알맞다는 의견도 있다.

정영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굉장히 유연하고 브로드한 것들을 캡쳐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며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제도 등이 왜 이렇게 크게 부각되고 있는지 관심 갖고 연구해야 하지만 법 제도 설계 관점에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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