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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달린 스마트폰'에 탑승한 'AI비서'

  • 2021.10.24(일) 07:40

[테크따라잡기]
자동차 AI시장, 매년 38%씩 성장
비서·보안·정비·디자인 등 AI 적용

자동차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처럼 변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셨죠.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가 모터를 단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 그리고 자율주행이 점점 수준을 높여가며 일어나는 변화예요.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어요.

글로벌리서치회사인 마켓츠앤마켓츠는 자동차용 AI 시장이 2017년 7억8000만달러(9100억원)를 시작으로 연평균 38%씩 증가해 2025년엔 105억7000만달러(12조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어요. 거대한 '바퀴 달린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죠.

이번 테크따라잡기에선 자동차에 적용된 AI 기술들을 짚어보도록 할게요. 현대자동차그룹, ICT이노베이션스퀘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자료를 참고했어요.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차 AI 기술은 음성형 AI 비서예요. 애플의 '시리(Siri)', 삼성전자의 '빅스비(Bixby)'와 같은 기술을 자동차에도 적용한 거죠. 음성인식기술을 기본으로 적용한 AI죠. 음성인식기술은 사람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해석해 문자 데이터로 전환한 기술이에요. 이 기술은 '음성인식단계-자연어처리단계-인식도출단계' 크게 3단계로 나뉘어 구현돼요. 

첫 단계에선 컴퓨터가 음성을 인식하고 텍스트화하는 과정을 거쳐요. 주변 소음을 제거하고 사람의 목소리를 특정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뽑아내는 거죠. 이 기술을 STT(Speech to text)라고 해요. 

두번째는 자연어처리단계죠. 사람의 일상적 의사소통 언어인 '자연어'를 컴퓨터가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화하는 과정이에요. 자연어의 형태소, 구문해석, 의미 분석 등을 통해 문맥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는 거죠. 

이 단계에서 자연어의 의미와 의도를 파악하고 나온 결과값에 맞게 반응해주거나 방법을 제시해주는 게 마지막 단계인데요. 우리가 음성인식이 가능한 내비게이션에 "OO으로 안내해줘"라고 말하면 이 내비게이션이 그 상황에 맞게 길 안내를 해주거나 그에 알맞은 반응을 해주는 거라 생각하면 돼요.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AI 비서를 개발 중이래요. 현대차그룹의 AI 전문 조직인 '에어스컴퍼니(AIRS Company)'는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까지 파악하는 AI 비서를 개발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창문을 열어줘'라는 명령을 운전자가 했다면 AI 비서가 단순히 창문만 여는 것이 아닌 바깥 날씨, 미세먼지 등과 같은 상황을 고려해 '밖에 미세먼지가 심한데 정말 창문을 열까요? 혹시 더우시다면 에어컨을 켤까요?'라고 운전자에게 다시 제안하는거죠. 

최근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는데요. 바로 얼굴인식기능을 적용해 차문을 열 수 있는 '페이스 커넥트'예요. 페이스 커넥트는 단순히 차 문만 여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초기에 설정한 운전대 위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자동으로 맞춰줘요.

페이스 커넥트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딥러닝(AI 학습) 기술이 활용됐어요. 선글라스를 장착했거나 모자를 써 인식이 안 되거나 햇빛, 흐린 날씨 등 기상 환경에 따라 얼굴 인식이 어려운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죠.  

GV60에 탑재된 페이스커넥트 기술. /사진=현대차 제공

사실 현대차가 페이스 커넥트 기능을 처음으로 공개할 땐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고가의 자동차가 페이스 커넥트 기능 오류로 도난당하면 안 되잖아요.

이시혁 글로벌상품전동화추진실 상무는 지난 9월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GV60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번 페이스 커넥트 기술은 다양한 환경에서 운전자의 얼굴 정보를 모아두는 다이내믹 업데이트 기술, 축적된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구현된다"며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해 차주의 얼굴만 정확하게 인식한다"고 설명했죠.

AI, 소리로 고장 난 곳 찾는다 

현대차그룹은 AI를 활용해 자동차 고장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래요. 종종 경험이 많은 정비사들이 차 소리만 듣고도 고장 부위를 알아내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이음(異音)현상을 활용해 AI가 고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우선 엔진의 정상음과 비정상음을 유형별로 분류해 AI가 학습할 로우(Raw) 데이터를 모아요. 이렇게 쌓인 데이터들은 AI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재료가 되는 거죠.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은 엔진에서 나는 830개의 소리 샘플을 수집하고 부품과 고장 유형에 따라 18개 유형, 44개 세부항목으로 재분류했대요. AI가 특정한 부분의 고장이 있을 때 차가 내는 소리를 학습하고, 비슷한 소리가 들리면 해당 부위가 고장이라는 결론을 내는 거죠. 

/사진=현대차 제공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는 AI 기술 중 하나인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래요. 컴퓨터 비전 기술은 카메라, 소프트웨어, AI 기술을 결합해 시스템이 사물을 확인하고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말해요. 컴퓨터에 사람의 눈을 장착했다고 이해하면 편해요.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을 활용해 특정 차종 내에서 반복되는 오류,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을 빠르게 파악해서 작업자를 도와주고 제조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자동차 디자인 영역에도 AI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에어스컴퍼니는 최근 'AI 기반 휠 디자인 자동 생성기'를 개발했어요.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고 싶은 이미지를 입력하면, AI가 이미지 안에 있는 패턴을 인식하고 그 패턴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에요. AI가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한다면 앞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AI는 정비사, 디자이너, 작업자 역할을 하는 만능 일꾼이 되겠네요.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예요.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릴게요.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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