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매직이 가전제품 렌털(대여)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로 2년 연속 연매출 '1조 클럽'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증명하고 있는 성장세와 함께 IPO(기업공개) 걸림돌이었던 '오너 리스크'도 묘하게 건너서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상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네트웍스 안에서도 커진 존재감
SK네트웍스의 올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조8159억원, 영업이익 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0%, 6.9% 증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장기화로 모빌리티와 홈케어 분야에서 지속해서 성과 창출을 이어온 덕이다.
특히 SK네트웍스의 성장사업으로 꼽히는 SK매직은 3분기에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매직의 3분기 매출액은 27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7% 늘어난 231억원이었다.
SK네트웍스 전체에서 보면 매출액 비중은 작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절반 정도의 비중이다. 무역상사 사업을 맡은 글로벌 부문이나 워커힐 호텔 사업의 영업손실을 메우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한 셈이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 2분기 SK매직은 신제품 광고와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2년 만에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변신 중인 SK네트웍스, 희비 엇갈린 렌털 사업(8월9일)
하지만 3분기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올 3분기는 이보다 90억원가량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률도 5.2%에서 8.4%로 3.2%포인트 뛰었다. 상반기 집행한 공격적 마케팅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렌털 계정의 탄탄한 성장세도 실적 개선에 큰 몫을 했다. 올 3분기까지 SK매직의 누적 렌털 계정 수는 216만개로 지난 2분기보다 53만개 증가했다. 지난 2분기 렌털 계정 수가 36만개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배 가까운 성장세다. 특히 올 1분기까지만 해도 분기별 렌털 계정 증가가 10만개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성장 속도다.
렌털 증가에 해외진출까지 '확장성'
SK매직의 실적 훈풍은 4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삼성전자와의 협업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SK매직은 삼성전자와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비스포크·그랑데AI 등 삼성전자 가전과 방문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스페셜 렌탈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SK텔레콤 매장에서도 이를 확대 운영키로 하면서 판매 채널도 확대했다. SK매직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 후에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 요청이 많아 판매 채널을 확대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온라인, 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고객이 더욱 많은 공간에서 편리하게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SK매직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시장 저변 확대에도 나섰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항균 방수 비데' 2종을 처음으로 입점시켰다. 이후 정수기, 공기청정기, 인덕션 등 다양한 제품을 추가 입점해 글로벌 시장에서 'K-가전'의 저력을 입증한다는 포부다.
SK네트웍스의 지누스 지분 인수가 SK매직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누스는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미국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의 매트리스 기업이다. 지난달 20일 SK네트웍스는 지누스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모회사인 SK네트웍스가 지누스의 지분을 확보하면, SK매직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SK매직은 생활가전 및 주방가전 중심의 렌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침구 등 가구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와 지누스의 시너지가 렌털 사업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성장사업이 SK매직과 카라이프(자동차)로 렌털 사업에 치중된 점을 고려할 때 매트리스 렌털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횡령·배임 재판 중인 '회장 퇴임'의 의미
SK매직의 성장이 계속되면서 IPO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매직은 2016년 11월 SK네트웍스로 편입된 이후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16년 매출액 4372억원에 그쳤던 SK매직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영업이익도 지난 2016년 392억원에서 지난해 83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최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퇴임으로 오너 리스크가 해소된 것도 SK네트웍스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관련기사: '횡령·배임 혐의'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퇴임(11월1일)
SK매직은 2018년 미래에셋대우, KB증권, JP모건 등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올해 초 최 회장의 횡령·배임 이슈가 불거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통상 경영진의 횡령·배임은 지배구조 등급의 감점 요인이다. 모회사 오너의 비리가 자회사인 SK매직의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퇴임이 SK매직의 IPO 재개에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퇴임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가 그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매직의 상장 시점을 더이상 늦추기 어려워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둘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IPO는 최신원 회장 퇴임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상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 지표인데 렌털 비즈니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밸류가 좋아져 급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가치가 극대화되는 최적의 시점을 찾고 있고 그때 다시 상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