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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철벽방어 스타트…ICT 업계 '분주'

  • 2022.02.03(목) 08:17

최고안전책임자 선임하고 컨트롤타워 신설
5G 특화망, IoT 등 활용한 예방 솔루션 개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첫발을 뗀 가운데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건설업계 등과 달리 산재사고로 인한 근로자 사망 확률이 현저히 낮지만, 경영책임자 및 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도 높아서다.

일각에서는 재난예방솔루션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는 모습도 엿보인다. KT와 LG유플러스, 카카오 등은 자사가 보유한 5G(5세대) 통신, AI(인공지능) 기술 등을 각종 플랫폼에 적용하면서 산재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운 기업들과 협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산업계 '초긴장'

작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이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강도 높은 처벌 수위로 인해 그간 산업계는 중대재해법 시행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책임자에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될 수 있다. 법인 또는 기관에겐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처벌'보다 산재 '예방'에 초점이 있다고 설득했으나, 법안의 모호성으로 아직까지도 각종 우려가 나온다. 법안 세부 내용에 처벌 대상이 '경영책임자 등'으로 명시돼 있어 기업의 오너, 계열사 대표, 안전보건책임자 중 누가 책임을 지는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다만 광주 아이파크 사고 등으로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여론이 격화되면서 산업계는 사전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처벌 1호' 불명예만은 피하자는 반응이다. 건설사들은 안전보건책임자를 잇달아 선임했으며 일부 업체들은 안전관리지원비를 기존 대비 2배 확충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내부 단속 나선 통신사들

산재사고가 적지 않은 통신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간 통신 3사가 발주·수행한 통신 설비 구축에 투입된 근로자가 사망한 사례는 매년 5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KT는 선제적으로 내부 단속에 나섰다. 전사 차원의 '안전강화협의회'를 운영하고 안전 최우선 7대 분야 31개 과제를 토대로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또한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안전보건총괄' 조직을 신설, CSO(최고안전책임자)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을 선임했다.

박종욱 CSO는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도 올랐다. 기존 KT 구현모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게 된 것. 구 대표가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박 신임 대표가 기업 안전 부문을 책임지는 형태다. 기업 CSO가 각자대표를 맡는 것은 통신업계 최초로, 중대재해법 시행의 '무게'를 보여주는 사례다.

KT는 산재 예방을 위해 '곳간'도 열기로 했다. KT는 "위험·취약 시설 개선과 안전 장비 확충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계열사 및 협력사까지 포괄하는 점검·포상 정책을 시행해 안전최우선 과제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안전컨트롤타워 조직을 편성했다. '최고중대재해예방실'이 안전보건을 관리·감독하는 중추 역할을 할 예정이다. 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 사장이 조직을 총괄한다. LG유플러스도 네트워크·기업·고객사업부 별로 안전관리부서를 신설해 세부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KT의 산업안전DX 플랫폼 '세이프메이트' 활용 화면 /사진=KT 제공

ICT업계 솔루션 '뉴 비즈니스'

ICT업계는 재해 예방 솔루션도 능동적으로 내놓고 있다. 물류창고 등 산업 현장에 쓰일 안전 솔루션에 AI(인공지능), 5G, 클라우드 등 첨단 ICT 기술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ICT 업계에는 중대재해법 시행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KT는 '세이프메이트' 소방안전플랫폼을 구축했다. 복합 화재 감지기가 불꽃·연기·온도별 화재 원인을 감지, KT 클라우드에 연계해 10~180초 내로 알림을 줘 조기 화재 방지가 가능하다. 화재수신기의 동작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체계도 구축해 쿠팡 등 물류센터에 적용했다. 

LG유플러스는 대한산업안전협회 및 토탈센서솔루션 업체 센코와 손을 잡고 디지털트윈 기반 '통합 환경·안전·보건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또한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IoT(사물인터넷) 센서로 엘리베이터 설치 현장 추락 사고 등을 예방하는 솔루션 마련에도 나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음5G 특화망을 활용한 중대재해예방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클라우드·기업업무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부 기술력에 이음5G를 접목하면 작업자의 이상행동을 감지하고 즉각적인 경고알림을 보내는 등의 안전관리표준플랫폼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ICT업계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안전솔루션 구축은) 근로자의 안전한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되는 임무를 새롭게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영역이 됐다"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에 대응하려는 시도가 발생하면서 IT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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