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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IN코로나]④'백신 강자' 녹십자, 유통으로 '게임 끝!'

  • 2022.02.08(화) 06:40

백신‧혈액제제 등 1세대 바이오의약품 '집중'
모더나 백신 유통으로 수백억 수수료 수취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 전까지 제약바이오 업계는 각 기업별 주력 제품과 신약 개발에 집중해왔다. 한때 제약바이오 호황기를 가져왔던 기술수출 이슈에 대한 관심도 무뎌지면서 산업계 전반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태였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강타 후 새 국면을 맞는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일부 기업들의 사업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다. 코로나 발생 2년을 맞아 이들의 변화와 도전을 짚어본다. [편집자]

코로나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수혜를 본 기업들은 대부분 바이오기업들이다. 전통 제약기업들은 합성의약품 중심으로 성장해온 탓에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및 생산 여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는 바이오의약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 제약기업 중에도 바이오의약품을 전문으로 해 온 기업이 있다. 바로 GC녹십자다. 녹십자는 자체 개발 백신과 바이오신약에 더해 백신 유통과 진단키트 사업 진출이라는 양날개를 통해 더 높은 비상을 예고하고 있다. 

1세대 바이오의약품 '백신‧혈액제제' 전문기업

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제 등 1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집중해왔다. 198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 간염 백신 '허파박스-B'를 개발, 허가받았다. 이후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 △수두 백신 '수두박스' △3가 독감백신 '지씨플루'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 'Td백신' △신종플루 백신 '그린플루-S' 등을 개발하며 백신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 전부터 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 바이오신약과 탄저병, 파상풍, 대상포진, 결핵 등 백신 연구개발에 한창이었다. 특히 국내에서 201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 및 허가 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지난 2019년 중국, 대만, 홍콩 등에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아가 2017년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북미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세우면서 글로벌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수년 간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지연과 바이오 생산공정 전문인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0년 7월 스페인 그리폴스사에 매각했다. 북미 공장을 매각하긴 했지만 글로벌 진출 계획을 철회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인 충북 오창공장으로 전문인력과 자금을 집중 투입하면서 완제품 수출로 전향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공장 준공비로 투입한 약 2200억원보다 2배가량 높은 5520억원 규모에 북미 공장을 매각하면서 오히려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더나 백신 유통과 코로나 진단키트 사업 '진출'

이처럼 백신과 바이오신약 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코로나 발발 이후 녹십자에 대한 기대도 컸다. 녹십자는 코로나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GC5131A)' 개발에 뛰어들었고 임상2상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조건부허가*'에 실패하면서 개발을 중단했다. 

*조건부허가: 임상 2상 자료를 바탕으로 우선 의약품 시판을 허가하고 이후 임상 3상을 진행한 뒤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제도다. 

녹십자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 결정에는 코로나 백신 유통 계약이 영향을 미쳤다. 녹십자는 지난 2020년 10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최대 5억도즈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해 3월 질병관리청과 미국 제약사 모더나 간에 3자 계약을 맺고 코로나 백신 4000만 도즈의 국내 유통을 맡게 됐다. 정부로부터 342억원, 모더나의 경우 비공개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유통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도 조달청으로부터 309억원 규모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 보관 및 유통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입찰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의약품유통업체인 지오영, 줄릭파마코리아도 참여했지만 낮은 입찰가격을 제시하면서 최종 낙찰에 성공했다. 녹십자가 낮은 입찰가를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콜드체인 등 백신 유통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얀센 백신의 경우 위탁생산 논의가 이뤄졌지만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아울러 녹십자는 계열사 녹십자엠에스를 통해 코로나 진단키트 사업에도 신속하게 뛰어들었다. 녹십자엠에스는 코로나 전부터 체외진단기기, 혈액백, 혈액투석액, 당뇨 등 4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었다. 회사는 코로나 발발 직후 진단 솔루션기업 젠바디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진단키트 제조기술을 이전받아 코로나 진단키트 '제네디아'(GENEDIA)의 생산과 수출 등을 진행하고 있다.

CEPI 백신 계약 등 코로나 수혜 기대감 '여전'

녹십자는 코로나 이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코로나 전인 2019년 1조3571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1년 1조6051억원으로 18.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417억원에서 1187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적자였던 당기순이익도 13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다만 녹십자의 실적 개선은 코로나 수혜보다 자체 개발 백신과 바이오신약의 글로벌 진출 영향이 컸다. 그러나 CEPI와 계약을 맺은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은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아 향후 코로나 백신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는 상태다.

구체적인 백신 종류와 생산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CEPI와 본계약이 진행돼야 실제 수익으로 반영된다. 만약 녹십자가 CEPI로부터 위탁받은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게 되면 1회분당 위탁생산 수수료를 최소 1달러로 가정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IVIG-SN 10%)의 미국 허가가 기대된다"며 "또 CEPI와의 코로나 백신 계약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다른 백신 CMO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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