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렌탈 자회사의 성장을 기반으로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전문 투자 및 사업 개발을 미래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신사업을 위한 투자 발판에는 SK매직, SK렌터카 등 지속 성장하는 렌탈 자회사가 있다. 지난해 역시 두 자회사의 매출 성장세가 뚜렷했다. 다만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다소 부진했다.
올해는 효율적인 비용 집행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이 예상돼, SK네트웍스의 체질 변화를 위한 든든한 배경이 될 전망이다.
매출 성장에도 수익성 다소 부진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11조181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감소는 철강 사업 중단에 따라 글로벌 부문이 적자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글로벌 부문은 지난해 90억원의 손실을 내며 연간 적자로 돌아섰다.
SK네트웍스의 성장사업으로 꼽히는 SK매직의 수익성도 다소 부진했다. 지난해 SK매직은 누적 렌탈 계정 222만을 달성하고,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는 이어갔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SK네트웍스가 발표한 SK매직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1조760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738억원으로 11.2% 줄었다. SK매직이 조정해 별도로 발표한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712억원으로 더 줄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14.3% 감소한 셈이다.
이는 상반기 마케팅, 광고 비용의 과도한 지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K매직은 지난해 2분기 신제품 광고와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7.3% 감소한 1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변신 중인 SK네트웍스, 희비 엇갈린 렌털 사업(2021년 8월9일)
이에 비해 SK렌터카는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SK렌터카의 연간 매출은 1조9084억원, 영업이익은 133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 3.7% 증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적자를 기록해오던 워커힐의 손실 규모가 줄어든 것도 SK네트웍스에는 호재다. 워커힐은 지난 2020년 4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310억원으로 손실폭을 줄였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SK매직과 SK렌터카의 실적 개선과 워커힐의 적자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매직은 계정 수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효율적인 광고비 집행 등으로 올해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렌터카 사업은 중고차 매각가율 개선 등으로 실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워커힐 부문에 대해서도 "단계적 위드 코로나 정책에 돌입하면 리오프닝 등으로 인해 수혜가 예상된다"며 "고정비 축소 등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올해 적자 폭이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형 투자사로 블록체인 업계 도전장
SK네트웍스는 올해를 그간 강조해왔던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의 원년으로 삼았다. 성장하는 렌탈사업을 기반으로 투자회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히 대응하고 높은 경쟁력을 갖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성과 창출과 성장을 이루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집중할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실시한 2022년 정기 조직 개편에서는 신규사업 영역으로 블록체인사업부를 신설한 바 있다. 기존 사업과 블록체인의 접목 방안을 모색하고 블록체인 관련 투자 및 사업 확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이후 SK네트웍스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 기업인 해시드와 손잡고 2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에도 108억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협력도 본격화했다. 올해 들어 SK네트웍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엘비스', 친환경 소재기업 '마이코웍스', 전기차 충전 기업 '에버온'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3세 경영' 최성환 사업총괄의 '시험대'
SK네트웍스의 투자 사업은 3세 경영을 시작할 최성환 사업총괄의 심판대기도 하다. 최근 SK네트웍스는 오는 29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성환 사업총괄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최 총괄은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재계에서는 최 총괄의 사내이사 선임 후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총괄은 지난 2019년 SK네트웍스에 부임해 약 10여 건의 미래 신사업 투자를 이끌면서, 현재는 블록체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 성공이 최 총괄의 경영 승계에 대한 뒷받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SK네트웍스 측은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올해, 최 총괄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기업가치 제고 및 지속 성장을 위한 실행력을 강화하기도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