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태양광·정밀화학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한화솔루션과 ㈜한화가 미국 폴리실리콘·특수가스 생산업체인 REC실리콘 지분을 각각 확보하면서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분을 추가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산 제품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한화는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정밀화학기업으로의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23일 한화솔루션은 REC실리콘의 공동 대주주인 노르웨이 'Aker Horizons(아커 호라이즌)'으로부터 지분 4.67%를 4400만달러(약 550억원)에 추가 매입한다고 밝혔다. REC실리콘은 미국에서 폴리실리콘 공장 두 곳을 운영하고, 반도체 등에 활용되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노르웨이 상장 기업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1월 REC실리콘의 지분 16.67%를 총 1억6047만달러(약 19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인수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총 21.34%를 확보한 최대 주주가 된다. 총 투자 금액만 약 2490억원에 달한다.
이날 ㈜한화도 이사회를 열고 REC실리콘 지분 12%를 약 10억1000만 크로네(약 14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과 ㈜한화를 합한 한화그룹의 지분은 33.34%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은 이르면 2023년부터 REC실리콘을 통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에 위치한 REC실리콘 공장에서는 수력 발전 기반의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발자국이 거의 남지 않는 '클린 폴리실리콘'을 연간 1만6000톤 생산할 수 있다. 몬태나주 뷰트 공장에서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2000톤을 생산 중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화솔루션은 향후 태양광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미국 내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SEMA(Solar Energy Manufacturing for America Act)를 비롯해 친환경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SEMA는 자국 내에서 생산된 태양광 제품에 세금을 돌려주는 정책으로, 통과될 경우 미국산 태양광 제품의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안보' 차원의 안정적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한화솔루션에게는 기회 요인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맞춰 태양광 사업의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번 지분 투자로 특수 산업용 가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정밀화학기업'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글로벌 부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 분야로 미래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부문은 지난 2020년 화약 부문과 무역 부문이 결합해 출범했다. 지난해 무기화학 사업본부 신설을 시작으로 질산 생산 증대를 위해 19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정밀화학 분야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화는 축적된 트레이드 역량과 REC실리콘의 안정적인 가스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국내 및 아시아, 북미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 특수가스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한편,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는 이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탄소배출 저감의 노력을 이어감에 따라 태양광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분산형 발전 사업 고객 확보 및 발전 사업의 주요 지역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