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구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구리는 경기 사이클에 민감해 마치 경제학 박사처럼 경기 흐름을 잘 예측,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란 별명을 갖고 있다.
최근 구리 가격이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에 고공 상승하면서 구리를 가공한 전선류 등을 주력으로 하는 LS그룹의 성장세가 도드라지고 있다.
거침 없는 구리
22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구리 현물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톤당 1만268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4월 평균 구리 가격은 약 1만298달러로 올 1월 9776달러 대비 5.3% 증가했다. 지난해 평균가격 9318달러와 비교하면 10% 오른 것이기도 하다.
구리 평균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만 해도 평균가격이 6181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과 각국 인프라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장기적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전환,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코로나로 인해 채굴 및 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S전선·LS니꼬동제련에 '호재'
구리 가격 상승은 LS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구리 가공제품을 만드는 LS전선과 LS니꼬동제련의 실적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S전선은 전력선과 통신 케이블 등 각종 전선류를 생산하고 있으며, LS니꼬동제련은 전기동을 만든다. 전기동은 전기 전도율이 높아 전선 산업의 기초소재로 활용된다.
특히 이들이 만드는 구리 가공제품은 원자재 가격과 연동되는 까닭에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품을 기존보다 비싸게 팔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적은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S그룹의 지주사인 LS의 지난해 매출은 13조891억원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한 바 있다. 영업이익도 39% 늘어난 5837억원이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LS의 매출이 13조8000억원대, 영업이익은 62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LS는 LS전선 지분 91.3%, LS니꼬동의 경우 50.1%를 보유하고 있다. LS전선의 작년 영업이익은 2304억원, LS니꼬동제련은 3544억원이었다.
다만 구리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매출 볼륨이 올라가면서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구리 가격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거나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고객사 수요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가격이 형성돼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