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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땅 장사 하려는 것 아니다"…SK 탄소중립 뿌리 찾아가보니

  • 2022.06.16(목) 15:13

충주 인등산에 '그린포레스트 파빌리온' 개관
선대 회장 경영철학 이은 '넷제로 비전' 담아

[충주=백유진 기자] SK그룹에는 독특한 계열사가 있다.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조림사업을 하는 'SK임업'이다. 올해 SK임업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선대 회장인 고(故) 최종현 회장의 숲 조성 의지를 본받아 충주 인등산을 조림하며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는 최근 SK그룹의 최고 관심사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SK임업은 조림 사업의 수익금을 장학재단 운영에 투자해왔다. 환경과 인재 육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ESG 경영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이달 초 SK그룹은 충주 인등산에 '넷제로(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제로(0)가 되게 하는 것)' 경영 로드맵을 담은 디지털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오픈했다. ESG 경영의 출발점이자 상징이 된 장소에서 넷제로 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탄소중립 경영을 더욱 가속화하는 차원이다.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 경계에 자리한 SK 인등산 수펙스 센터 입구 /사진=백유진 기자 byj@

인등산 산자락에 '생명의 나무' 심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5일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해발 667m의 인등산을 찾았다.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산 중턱쯤 인등산 수펙스(SUPEX) 센터가 보였다. 센터는 SK 임직원을 위한 교육동·숙박동이 자리해 있고, 최근 SK그룹이 넷제로 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방법론이 제시된 전시관도 들어섰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인등산과 자작나무 숲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중앙에 '생명의 나무'가 보인다. 올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선보였던 것과 같다. 생명의 나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한다.

디지털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중심에 자리한 '생명의 나무' /사진=백유진 기자 byj@

나무 주변에서는 '9개의 여정'을 주제로 한 SK의 넷제로 달성 방법론을 키오스크와 모바일 도슨트로 확인할 수 있었다. 비치돼 있는 스마트폰으로 키오스크의 특정 아이콘을 촬영하면 SK가 구축한 9개 친환경 기술 생태계와 탄소 절감 효과가 증강현실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아이콘을 비추니 CCUS(탄소포집·활용·저장)를 통해 461만톤의 탄소 발생을 줄이겠다는 문구가 나오는 식이다.

스마트폰으로 전시관 벽면을 비추면 SK의 넷제로 비전을 증강현실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지난해 SK그룹은 '넷제로 경영 조기 달성'을 결의한 바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선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2억톤)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SK그룹은 9개 분야에 걸쳐 친환경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이번에 개관한 전시관에 담았다.

SK의 넷제로 여정에 함께 하는 의미로 씨앗을 날리니 꽃이 피어났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증강현실을 통해 SK의 넷제로 방향성을 확인한 후에는 매니페스토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서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동물과 황폐화된 자연을 보여준 뒤 지구를 살리기 위한 SK의 노력에 동참할 것을 당부한다. "SK와 넷제로를 향한 여정을 함께하겠냐"는 문구와 함께 증강현실로 씨앗이 나타났다. 스마트폰 화면을 쓸어올리니 씨앗이 날아가 활짝 꽃이 폈다.

영상 재생이 끝나자 벽면 한쪽이 올라가며 유리창을 통해 인등산이 나타났다. 인등산이 SK의 ESG 경영의 근본이자 시작점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영상 재생이 끝나자 전시관 벽이 올라가며 인등산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땅 장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ESG 경영을 중시하는 SK의 풍토는 최종현 선대 회장이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를(현 SK임업)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최종현 선대 회장은 1960~70년대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 총 4500ha(헥타르)의 황무지를 사들이면서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에 착수했다.

실제 선대 회장은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는 정신과 철학을 늘 중요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남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 "땅장사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조림사업을 공장 관리하듯 하라" 등의 말에서도 그의 경영철학을 알 수 있다.

조림사업의 목적은 장학 재원 마련이었다. 선대 회장은 조림사업으로 발생한 수익금을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장학금으로 사용했다. 선대 회장은 1974년 사재를 출연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이날 SK 관계자는 "최종현 선대 회장은 장학생들이 유학을 떠나면 학생들을 모아 식사할 정도로 인재를 귀하게 여겼다"며 "임지 주변 주민들과 협력해 조림 사업을 진행해 현재까지도 주변 지역민들은 다른 농가들에 비해 나은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충주 인등산 산책로에 있는 행복의 샘 /사진=백유진 기자 byj@

최종현 선대 회장은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임야 매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지 매입에도 신중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한참 떨어진 황무지 중에서도, 중심가 대비 개발이 늦는 행정구역 경계의 부지를 사들였다. 인등산도 충주시와 제천시 경계에 위치해 있다.

나무의 종류도 빠르게 자라지만 내구성은 떨어지는 속성수 대신 고급 건축 자재로 쓰이는 가래나무·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었다. 그 결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민둥산이었던 인등산은 현재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이 됐다. 이는 서울 남산의 약 40배 크기로, 1년 동안 약 1만5400대의 차량이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하는 수준이다.

SK의 9가지 넷제로 여정 /사진=SK 제공

50년 이어진 유훈

이같은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훈을 이어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ESG 경영에 집중하며 조림사업을 발전시켰다. 최 회장은 2012년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산하에 있던 SK임업을 지주회사인 SK㈜에 편입시켰다. 지주회사 편입 이후 SK임업은 강원 고성군의 축구장 70배 크기 황폐지에 자작나무 등 25만 그루를 심어 조림(A/R)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시작했다. CDM은 조림사업으로 복구된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이다.

또 인등산 등 국내 조림지 4곳과 전국의 공·사유림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산림협력 사업도 진행 중이다. 조림으로 감축한 탄소량을 측정해 탄소배출권으로 인증한 뒤 이를 거래해 기업과 공공에는 탄소중립을 돕고, 산주(山主)에게는 수익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SK는 현재 운영 중인 탄소중립 산림협력 사업 프로젝트로 향후 30년간 매년 4만3000톤의 탄소가 흡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구축, 환경보전과 부가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SK 관계자는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시각으로 나무와 인재를 키우는 일에 매진했던 최종현 선대 회장의 경영철학이 오늘날 SK의 ESG 경영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됐다"며 "숲을 소재로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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