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살아나던 유통업 체감경기가 3분기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다 금리 인상 등으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etail Business Survey Index, RBSI)가 84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전분기 99보다 15포인트(P) 떨어진 것이며 하락폭은 코로나 충격으로 급락했던 2020년 2분기 22포인트에 이어 두번째로 컸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가파른 물가 및 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여력이 축소된데다가 하반기에도 현 상황이 이어지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15일부터 24일까지 전국 7대 도시에 소재한 유통업체를 상대로 조사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온라인(홈쇼핑 포함) 등 5개 업태 500개사가 대상이다.
업태별로는 편의점(96→103)만이 기준치를 상회했다. 백화점(111→97)과 대형마트(97→86), 슈퍼마켓(99→51) 등 다른 오프라인 채널은 비대면 채널에 유리한 엔데믹과 리오프닝이라는 훈풍에도 불구하고 지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온라인쇼핑(96→88) 역시 엔데믹에 따른 대면소비 증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두 분기 연속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편의점은 5개 업태 가운데 유일하게 기준치를 넘었다. 리오프닝에 따른 외출, 야외활동 확대 등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하며 성수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백화점은 전반적인 체감경기 하락에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의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자층은 물가상승에 덜 민감해 물가상승 국면에서도 럭셔리 소비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고,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과 야외활동 증가로 패션 카테고리 매출의 호조세가 지수의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물가상승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높은 생필품 가격에 부담이 커진 중산층과 서민층들이 장보기를 최소화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는 상품 소비는 포기하거나 미루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마켓은 전분기 99보다 무려 48포인트 하락한 51로 집계되며 5개 업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면소비로의 전환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끼여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온라인쇼핑은 두 분기 연속으로 기준치를 하회했다. 의류, 가전 등 당장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 비중이 큰 온라인쇼핑은 물가상승과 금리상승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금리와 물가가 뛰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소비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면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기 변동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가격, 상품 경쟁력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