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IPO(기업공개)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지 약 한달 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개최해 IPO 철회를 결정했다고 21일 공시했다.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주식 시장과 글로벌 경기 악화 우려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실제로 국내 주식 시장은 올 초부터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와 금리인상, 경기불황 우려 탓에 코스피 지수는 1년 사이 3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까지 열풍이던 공모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 IPO 대어들도 상장을 철회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우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 시장 상황에서 더 이상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오일뱅크의 세번째 IPO 도전도 결국 끝이 났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경영 악화로 상장을 포기했다. 2018년에도 상장을 시도했지만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으면서 IPO를 철회했다.▷ 관련기사:삼수생 현대오일뱅크, IPO 한파 뚫을까(6월30일)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상장 철회에도 미래 사업 추진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 대부분을 미래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비록 기업공개는 철회하기로 했지만,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소재와 바이오연료, 수소사업 등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견조한 실적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 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덕을 톡톡히 보는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0조6066억원, 영업이익 1조142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 1분기도 매출 7조2426억원, 영업이익 704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