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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법인 이후 대표 6번 바꾼 카카오, 덩치만 키웠다

  • 2022.10.21(금) 14:51

남궁훈 대표 사임에 리더십 문제 수면위로
위기 상황서 또한번 컨트롤타워 작동 안해

카카오의 남궁훈 대표가 '먹통 대란'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지난 19일 사임하면서 카카오의 고질적인 '리더십 부재' 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다.

남궁 대표는 올해 초 류영준 대표이사 내정자의 '스톡옵션 행사 먹튀' 논란으로 인한 위기를 진화할 '소방수' 역할을 맡으며 경영키를 잡았으나 불과 7개월만에 물러나면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잦은 대표이사 교체와 함께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집중해왔다. 덩치는 자연스럽게 커졌으나 정작 기본적인 데이터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9일 성남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통합법인 출범 후 CEO 교체만 6번

카카오는 옛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이후 통합법인으로 출범(2014년)하면서 지난 10여년간 대표이사를 6번 교체했다. 이 기간 거쳐간 최고경영자(CEO)는 7명(최세훈·이석우·임지훈·여민수·조수용·남궁훈·홍은택)이다.

작년 말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올해 초 자진 사임한 것을 감안하면 8명이 대표직에 올랐다. 같은 기간 최대 경쟁사라 할 네이버의 대표이사가 2번(김상헌→한성숙→최수연) 바뀐 것과 비교하면 대표직 교체가 잦은 편이다. 

카카오는 벤처 투자를 비롯해 광고와 디자인, 콘텐츠 서비스를 전공으로 하는 대표이사를 내세우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 확장에 나섰다.

올 6월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총 187개. 이 가운데 상장사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넵튠·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5개사다.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규모이며 네이버 계열사(54개사, 상장사 1개 포함) 수준을 크게 웃돌기도 한다. 

계열사 수가 늘어나면서 매출 외형도 급격히 불어났다. 카카오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무려 6조원 이상으로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에 달한다. 5년 전인 2017년만 해도 카카오 매출이 2조원으로 당시 네이버 매출 4조원의 절반에 못 미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도약이다.

이러한 사업 확장은 카카오 '오너'인 김범수 창업주의 의중에서 비롯됐다. 김 창업주는 '100인의 CEO를 육성하겠다'는 경영 철학으로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을 보장해왔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의 성공 사례처럼 빠른 의사결정을 존중하면서 계열사 각각의 자율에 경영을 맡긴 것이다.

덩치 커진 카카오…데이터 관리는 부실

이러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정작 중요한 데이터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번 먹통 사태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지난 15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자 대부분의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됐다. 주요 서비스의 완전 정상화까지 무려 나흘이 걸렸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네이버가 비교적 빠르게 복구한 것과 비교된다.

이는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와 같은 극단적 재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19일 열린 카카오 기자회견에서 홍은택 각자대표는 "데이터센터 전체의 셧다운에 대비한 훈련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 대표는 "평소 연말 등 트래픽 폭증 상황에만 초점을 맞춰 재난 대비 훈련을 해왔는데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통합법인 출범 이후 서비스 확장 등에 몰두하다 보니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울러 위기 때 어수선한 조직의 분위기를 제대로 재정비하기보다 또 한번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낸 카카오의 경영 방식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은 지배 구조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자가 능력을 발휘해 창조성을 확장하는 구조가 스타트업에서는 가능하지만, 카카오 같이 큰 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일관적인 전략과 정체성을 갖고 회사 전체를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창업주가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당장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 창업주는 오는 24일 이번 먹통 대란을 질의하기 위해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입장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은택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문제에 대해 지금 비대위가 꾸려졌고, 김범수 의장의 입장은 24일 국정감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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