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제로에너지 빌딩'을 의무화하는 국가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도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BIPV 개발에 나섰다. 한화는 우선 국내시장을 확대한 뒤 해외시장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파트 외벽으로 전력 생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올 하반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시행하는 '아파트 입면을 활용한 건물형 태양광 모듈 개발 및 실증' 국책사업에 참여한다. 그 일환으로 오는 2024년부터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은 건물의 창문이나 외벽 자재에 태양광 모듈을 사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할 수 있는 태양광 설비다. 현재 한화큐셀은 국책사업 참여를 위해 건물 외장재를 태양광 모듈로 활용하는 BIPV를 개발하고 있다. 양산 예상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실증 사업을 통해 BIPV의 발전량이나 효율을 체크할 예정"이라며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술적으로 우수한 BIPV를 생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이 BIPV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국내 제로에너지 빌딩 인증제도 시행으로 BIPV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 빌딩이란 건물 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제로에너지 생산량의 합이 0(Zero)인 건물을 말한다.
국내 제로에너지 빌딩 인증제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건물 자체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로 얼마나 상쇄하느냐에 따라 등급을 책정한다. 지난 2020년 연면적 1000㎡이상 공공기관에 대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를 시작으로 2030년부터는 연면적 500㎡ 이상 모든 민간·공공 신축 건축물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건수는 2020년 시행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앞으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주택에도 제로에너지 빌딩 인증 대상이 늘어나면서 BIPV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BIPV 시장 성장에도… 국내 시장 집중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BIPV시장은 2017년 10억달러 규모에서 올해 34억달러, 오는 2026년에는 76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BIPV시장은 국내보다 해외 성장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제로에너지 빌딩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오는 2045년까지 모든 연방정부 건물을 제로에너지 빌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BIPV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글로벌 BIPV시장 성장률(20.5%)을 소폭 상회한 20.7%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월 2029년까지 신축 건물에 태양광 모듈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기존 건물도 에너지 효율이 낮을 경우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각국의 태양광 산업에 대한 관심도와 일맥상통한다. 유럽은 2050년 탄소제로를 선언했으며, 미국도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실제 한화큐셀의 주된 태양광 모듈 판매 지역은 미국과 유럽이다.
한화큐셀이 개발 중인 신규BIPV 제품은 우선 국내 상황에 맞게 개발하고,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BIPV 시장은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일반 모듈에 비해 단가가 비교적 비싼 탓이다. 한화큐셀은 생산량을 높여 점차 BIPV 단가를 낮추고 국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해외보다 국내 시장을 고려해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향후 해외에서도 수요가 있다면 이에 맞는 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