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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화솔루션 태양광의 심장, 진천공장 가보니

  • 2022.10.13(목) 17:20

스마트팩토리 도입해 전 공정 자동화
발전 효율 2배 높인 셀 개발 중

[진천=김민성 기자] "진천공장에서는 자동차로 따지면 소나타인 미들엔드(중급) 이상 제품만 생산합니다. 경쟁업체 대비 품질 프리미엄을 갖고 있습니다."

진천공장을 소개하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 관계자 말에선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경쟁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품질만을 내세워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데서 나오는 자부심이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인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태양광은 한화솔루션의 '효자사업'이다. 지난해 진천공장 수출액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의 중심, 진천공장을 둘러봤다.

충청북도 진천군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진천공장./사진=한화솔루션 제공

웨이퍼부터 모듈까지 '자동화'

지난 12일,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동쪽을 향해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리다 보니 충청북도 진천군 표지판이 보였다. 얼핏 보기엔 다른 소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곳엔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의 중심지가 있다. 한화큐셀 진천공장은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진천공장은 한눈에 봐도 주변 다른 공장에 비해 큰 규모였다. 부지만 축구장 26개를 합한 규모 19만㎡(5만7000평)다. 이곳에선 태양광 발전의 기본 소재인 셀과 이를 여러 장 이어붙여 만든 모듈을 생산한다. 셀은 자동차로 따지면 엔진이다. 태양광을 흡수해 전력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진천공장에서는 하루에 약 220만개의 셀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4.5GW(기가와트시)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1인 가구(72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규모는 거대하지만 근무하는 직원 수는 2000여명에 불과하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 웨이퍼를 공정에 투입하고 모듈 상태로 박스에 담기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덕분이다. 실제로 공장에 들어가 보니 300m가 넘는 생산 라인엔 사람 대신 로봇 팔과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며 셀을 생산했다. 공정 당 한두 명의 직원들만 기계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량품을 처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스마트팩토리가 적용된 한화큐셀 진천공장 내부 셀 생산 공정 모습./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한화큐셀은 스마트팩토리 관리를 위해 '트라큐(TRA-Q)'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트라큐는 QR코드처럼 생긴 식별 마크다. 공정에 넣기 전 이 마크를 웨이퍼 표면에 새긴다. 이를 통해 공장 내 물류 이동과 작업 현황을 파악하고, 불량품이 발생했을 경우 어느 공정에서 문제가 됐는지 빠르게 알 수 있다. 

공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이 착용한 스마트워치에서 알람이 울린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트라큐를 통해 기계 오작동이나 오류를 발견하면 스마트워치를 통해 알리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어떤 공정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카세트에 담긴 웨이퍼가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웨이퍼를 옮기는 작업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았다. 옆에서 '위이잉' 소리가 나 바라보니 무인 전동차가 5kg 상당의 웨이퍼 카세트 여러개를 싣고 지나가고 있었다. 머리 위에선 철도처럼 깔린 컨베이어 벨트가 웨이퍼 카세트를 일정한 간격으로 옮겼다.

검수 작업도 로봇의 도움을 받는다. 공장 한쪽에선 모니터를 통해 웨이퍼 상태를 관찰하는 직원을 볼 수 있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DT카메라(Digital Transfomation Camera)를 통해 웨이퍼 표면에 있는 미세한 불량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DT카메라는 웨이퍼를 이미지화해 자체적으로 빅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불량품을 걸러낸다.

태양광 모듈을 검수하고 있는 직원들 모습./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한화큐셀 관계자는 "진천공장 같은 경우 스마트팩토리 도입해 현장에서 작업하는 인원은 매우 적다"며 "생산통합관리를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엄격한 품질관리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셀로 국내 태양광 반등 나선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1월부터 진천공장에 연 300MW(메가와트) 용량의 '탑콘(TOPCon, Tunnel Oxide Passivated Contact)' 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탑콘 셀은 누설 전류를 줄여 기존 퍼크(PERC, Passivated Emitterand Rear Cell)' 셀 대비 발전 효율을 2~3% 더 높인 제품이다.

탑콘 셀은 기존 퍼크 셀 공정과 호환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최경덕 한화큐셀 운영팀장은 "탑콘 셀은 기존 퍼크 셀 공정에서 추가로 4~5개의 공정만 추가하면 생산할 수 있어 투자비를 아낄 수 있다"며 "이미 대규모 퍼크 셀 제조라인을 보유한 진천공장에서 제조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지난 5월엔 1300억원을 투자해 탑콘 셀 양산을 위한 설비를 도입했으며, 라인 확장을 통해 내년 4월부터 연간 1.5GW의 탑콘 셀을 양산할 계획이다.

한화큐셀은 탑콘 셀을 통해 국내 태양광 사업에서의 반등을 엿본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화큐셀은주요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국내 시장의 경우 저가 정책을 앞세운 중국업체의 추격에 쫓기고 있다. 또 국내에선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태양광 보급률이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태양광 보급률이 늘어나는 것과는 다른 추세다.

정규창 한화큐셀 파트장은 "올해는 작년대비 국내 물량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산업경쟁력을 위해선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고 국내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화큐셀이 내놓은 해답은 '기술력'이다. 현재 한화큐셀은 2026년 6월 양산을 목표로 탑콘을 이을 차세대 셀인 '탠덤(Tendem)'을 개발하고 있다. 탠덤 셀은 이론상 최대 전력 효율이 44%로, 현재 주류인 퍼크 셀(약 22%) 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실제 양산품에선 35% 정도의 효율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화큐셀이 개발하고 있는 탠덤 셀 시제품 모습 / 사진=한화솔루션 제공

탠덤 셀은 빛 흡수력이 좋은 '페로브스카이트'라는 광물을 사용한다. 이 광물은 실리콘보다 저렴하고 두께 대비 빛 흡수율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탠덤 셀은 셀을 두 장으로 겹친 다음 위아래 층에서 서로 다른 영역 대의 빛을 흡수해 발전 효율을 높이는 원리다.

한화큐셀은 독일 헬름홀츠에 위치한 R&D 센터에서 탠덤 셀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전력 효율을 28.7%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상태다. 한화큐셀은 경쟁 업체보다 탠덤 셀을 빠르게 양산해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산이다.

양병기 한화큐셀 개발팀장은 "태양광 발전 효율 0.1%를 올리는데 보통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필요하다"며 "기존 셀 대비 최대 2배 이상의 발전 효율을 가진 탠덤 셀 개발에 집중해 미래 태양광 시장에서 기술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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