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 동안 KAI의 비전 달성을 위한 판을 깔도록 하겠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는 돈을 빌려서라도 하겠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사장이 취임 6개월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경영비전을 밝혔다. 3년인 강 사장의 임기내 회사 장기 비전인 '2050년 매출 40조원, 글로벌 톱 7 도약' 달성을 위한 토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KAI는 향후 5년간 연구개발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50년, 글로벌 톱 7 도약
KAI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CEO 주관 언론 간담회'를 개최했다. 무대에 선 강 사장은 취임 6개월 동안의 소회부터 밝혔다.
강 사장은 "취임한지 6개월 만에 폴란드, 말레이시아 수주 등 3건의 계약을 달성했다"며 "(폴란드 수출은) 창사 이래 가장 큰 단일 계약이었고 유럽을 찍고 미국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계약이었다"고 자평했다.
KAI는 이날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2050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해 세계 7위 우주항공기업으로 도약'이 이 회사의 중장기 전략이 핵심이다.
강 사장은 '신(新)냉전에 따른 주요 국가의 국방비 지출 증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 등을 언급하며 KAI에 유리한 경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민항기, 우주, 도심항공교통(UAM) 등 민수 분야가 KAI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사장은 "현재 선진국들은 하늘과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는데 그러지 않고서는 그 나라의 안보, 산업, 경제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많은 나라가 국방 예산의 절반을 하늘과 우주에 쏟고 있어 KAI가 퀀덤 점프할 수 있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가 선행돼야 미래형 무기 체계를 '만들고-팔고-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AI는 우선적으로 향후 5년 간 1조5000억원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론 △품질 개발 비용 7100억원 △플랫폼 개발 4600억원 △미래 신기술 확보 3300억원 등이다. 2028~2032년 3조원을 투자한 뒤 이후부터는 매년 매출의 5~6%를 연구개발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강 사장은 "솔직히 말하면 R&D에 과감히 투자하면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임기가 있는) 사장한테는 (성과지표에) 손해다"라며 "그렇지만 이걸(R&D 투자) 하지 않으면 지속 성장은 없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지만 돈을 빌려서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AI 민영화 선그어
한편 업계에서 꾸준히 오르내리는 'KAI 매각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KAI의 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KAI 지분 26.41%를 보유 중이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KAI를 사겠다는 회사가 있다는 건 그만큼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한국 항공 우주 전력의 70% 이상을 KAI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민간에 넘겼을 때 안보가 담보되겠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 분야는) 연구개발을 20~30년 동안 이어 나가야 하는 위험 부담을 민간업체게 떠안을 수 없다"며 "저한테는 임직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임직원들의) 90%가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