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요 감기약 처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 증가하면서다. 당초 코로나 엔데믹에 접어들면 올해 감기약 처방액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다양한 호흡기감염바이러스까지 동시 유행하면서 올 하반기에도 감기약 처방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일 비즈워치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주요 감기약의 원외처방액(10억원 이상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0억원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약사 얀센의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서방정(약효가 서서히 방출되는 제형)'은 처방실적이 줄어든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기침, 가래 증상 완화제) 등 감기약은 일제히 처방액이 증가했다.
가장 많은 처방액을 기록한 감기약은 진해거담제인 대원제약의 '코대원 에스'로, 전년동기대비 70.5% 증가한 23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진해거담제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안국약품의 '시네츄라'는 처방액이 18.9% 증가했지만 금액은 208억원으로 코대원에스에 밀렸다. 대원제약의 또 다른 진해거담제 '코대원 포르테'도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54.9% 처방액이 늘었다.
이밖에 유한양행의 '코푸'는 올해 상반기 161억원(13.4%↑), 대웅제약의 '엘도스'는 89억원(18.7%↑), 보령의 '뮤코미스트'는 30억원(50%↑), 한미약품 '암브로콜' 18억원(50%↑)이 처방됐다.
해열진통제 계열 감기약은 대원제약의 '펠루비'가 전년동기대비 16.6% 늘어난 225억원이 처방됐고 감기약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또 국산 해열진통제인 한미약품의 '써스펜서방정'은 32억원, 부광약품의 '타세놀'은 28억원 등의 처방액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14.3%, 133.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감기약 처방실적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야외에서 실내까지 순차적으로 전면 해지되면서 코로나 재확산과 함께 때아닌 감기까지 유행하면서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기약인 '타이레놀'의 품절 사태가 발생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산 감기약의 생산 명령을 내리는 등 긴급조치에 돌입하면서 국산 감기약 처방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주간 일평균 코로나 확진자는 7월 1주차(4~10일) 2만2815명에서 7월 2주차(11~17일) 2만7955명, 7월 3주차(18~24일) 3만8809명, 7월 4주차(25~31일) 4만5529명을 기록했고 8월 1주차(1~7일)에는 5만382명으로 6주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인플루엔자(독감)와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 급성호흡기감염증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처럼 올 하반기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코로나 확진자와 각종 급성호흡기감염증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감기약 수요는 올 하반기에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올 초부터 감기약 생산을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면서 "올 여름이면 감기약 시장도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도 코로나, 인플루엔자, 감기 등 다양한 호흡기질환 바이러스 감염이 계속 늘고 있어 감기약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