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국서 가장 많이 팔린 프리미엄 전기차. 캐딜락 첫 순수 전기차 '리릭'이 전기차 최대 시장인 미국을 제패했다. 둥그스름한 다른 전기차와 달리 캐딜락 고유의 디자인을 계승하는 등 다방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는 리릭이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테크, 럭셔리, 스포츠 트림 중 국내에는 최상위인 스포츠 트림만 들어왔다. 1억원이 넘는 판매가임에도 준비한 초도 물량은 계약이 시작되자마자 거의 동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도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 모델로 등극할까. 지난 12일 리릭을 마주했다. 이날 시승은 서울~포천을 왕복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리릭은 멀리서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5미터(m)에 이르는 긴 차체와 2미터에 가까운 전폭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가까이서 보니 웅장함은 배가됐다. 널찍하면서도 낮게 위치한 전면부 그릴은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인상을 줬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크롬 그릴 대신에 블랙 크리스탈 쉴드 그릴을 사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차체에 들어가 있던 손잡이는 왼쪽 끝을 살짝 누르니 올라왔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자 개방감 있는 실내가 펼쳐졌다. 1열 33인치 커브드 LED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1열 중앙에 위치한 팔걸이, 크리스탈을 가공해 제작한 센터 콘솔 등도 눈에 띄었다.
시동은 여느 전기차처럼 조용히 걸렸다. 시동을 걸자 선명한 화질의 디스플레이가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배터리 잔량, 전비, 계기판 등이 자리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해야만 한다. 리릭은 순정 내비게이션을 제공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구조가 가로는 길지만 세로는 짧아 지도를 볼 때 경우에 따라 답답하다고 느끼는 운전자가 있을 법했다. 주행 편의를 높일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지원되지 않았다.
기어를 바꿔 주행을 시작했다. 도심부터 고속도로까지 경쾌한 주행이 이어졌다. 저속에서는 민첩한 핸들링으로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리릭이 업계 최초로 적용한 '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 기능도 톡톡했다. 스티어링 휠 후면에 장착된 압력 감지 패들을 이용하는 건데 감속 조작을 해보니 브레이크와 동일한 성능을 보였다.
고속 주행에서는 힘을 과시했다. 가속은 순식간에 이뤄졌고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속도는 수초간 유지됐다. 리릭 제로백은 4.6초, 최고 출력은 500마력이다. 102kWh 대용량 배터리 팩와 듀얼모터로 힘을 끌어 올렸다는 설명이다. 주행 모드를 기본인 투어에서 스포츠로 변경해 보니 주행력이 더 좋아졌다.
캐딜락 등 gm 자동차의 고질병으로도 불렸던 주행 편의 기능들은 대폭 개선됐다. 먼저 어댑티브 크루즈는 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선사했다. 아직도 도로 중앙을 유지하는 센터링 기능은 없다. 하지만 차선을 물었을 때 예전에는 차선 안쪽으로 차를 강하게 밀어 넣었다면 이제는 살살 각도를 튼다. 시트 진동으로 경고도 보낸다.
디스플레이 밝기도 즉각적이었다. 터널을 빠져나와도 한동안 어두운 화면을 유지했던 디스플레이는 이번 주행에서 보니 터널에서 나오면서부터 점진적으로 밝아졌다. 실내에 달린 19개 스피커는 풍부한 소리를 담아냈다. 특히 베이스와 같은 저음을 묵직하게 깔아냈다.
주행을 마친 후 전비는 5.5km/kWh였다. 공인 전비는 3.9km/kWh다. 리릭 1회 충전 시 최대주행거리는 465km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