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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SK, 서든데스 위기 딛고 '환골탈태' 성공할까

  • 2024.07.01(월) 17:11

실적 부진 및 오너 리스크로 '복합적 위기' 봉착 
'AI 기업' 체질개선…그룹 80조·계열사 106조 투입
아픈 손가락 SK온 "비상경영 돌입"…과감한 변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SK그룹

'서든데스' 그림자가 드리운 SK그룹이 고강도 쇄신에 나섭니다. 그룹 경영 근간인 SKMS(SK경영관리시스템) 정신을 기반으로 경영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인데요. 주요 투자처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로 잡았습니다.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과 동시에 재무건전성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입니다. 중복투자 해소도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최태원 회장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

SK그룹이 지난 6월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운영 개선' 등 경영 기본기를 강화하는 한편 그룹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키로 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화두를 직접 꺼냈습니다. 미국 출장 중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그는 "새로운 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 준비를 위한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SK그룹 투자계획./그래픽=비즈워치

이에 SK 경영진은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을 마련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고 주주환원에 투입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도 포함됐습니다.

SK그룹은 해당 투자를 통해 AI 밸류체인을 더욱 정교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에 공을 들일 계획입니다.

계열사별 투자도 진행됩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5년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중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80%가량을 투자하기로 했죠. 또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입합니다.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반도체위원회'도 신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위원장으로 보임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그린·바이오 사업에는 '내실 경영'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속도 조절 등 본격적인 후속 작업이 진행될 전망입니다.

급감한 순익, 지나친 몸집, 흔들리는 오너

SK그룹 경영전략회의는 지난 2015년 처음 시작됐는데요. 이후 매년 진행됐지만 올해 유독 업계 이목이 크게 쏠렸습니다. SK그룹 전반의 실적 부진에 최 회장 이혼 소송까지, 상당히 복합적인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은 오너 개인의 일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그렇지 않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결과대로 상고심서 확정되면 재산분할 명목으로 1조4000억원을 마련해야 하니까요. 

현재 논해지는 다양한 자금 마련 시나리오 중 최 회장에게 유리한 방안을 찾긴 힘든 게 사실입니다. 최악의 경우 최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혹은 적대적 합병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SK그룹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오너리스크 뿐 아니라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실적 하향세도 두드러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경영성과'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매출 200조9620억원, 당기순이익 6590억원에 그쳤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 10.3%(23조2000억원), 당기순이익 94.0%(10조4000억원) 급감한 규모입니다. 특히 이 기간 당기순이익 감소폭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큽니다. 반도체 시황 악화 및 유가 하락에 따른 관련 제품 판가가 하락한 탓입니다.

자산총액 기준으로 재계 2위를 수성할 수 있었지만, 매출 및 당기순이익 측면에선 3위인 현대차그룹의 성장세가 오히려 압도적입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매출 285조2340억원, 당기순이익 20조5150억원으로 파악됐습니다. 

그간 지나치게 크게 키운 몸집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2018년 101개였던 계열사는 올해까지 219개로 2배 이상 늘었는데요. 삼성(63개)·현대차(70개)·LG(60개) 등에 비해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카카오(128개)에 비해서도 100개 가량 많습니다.

배수진 친 SK온…"그룹 지원 관건"

이에 SK그룹은 메스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CEO들은 향후 중복투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했습니다. 각사별 내부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 우량 자산은 지속적으로 내재화하고 미래성장사업 간 시너지는 극대화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입니다.

세전이익 목표치는 2026년 40조원대로 잡았습니다. 지난해 10조원 적자에서 올해는 22조원으로 흑자 전환을 전망한다고 밝혔죠.

SK그룹 세전이익 목표./그래픽=비즈워치

아울러 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SK온은 회의 이튿날인 1일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SK온은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업무 영역과 진행절차, 그에 따른 자원 배분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변화가 필요한 모든 영역을 과감하게 바꾸기로 했습니다.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기로 한 건데요. 이와 함께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임원 대상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도 대폭 축소하고, 현재 시행 중인 해외 출장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및 오전 7시 출근 등은 지속할 예정입니다. 다만 핵심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SK온 연간 실적 및 재무관련 주요지표./그래픽=비즈워치

이는 곧 위기에 대한 극복 의지를 대외에 알리기 위함으로 해석됩니다. SK온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 창출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SK온에 투입된 투자비만 20조원, 올해 예정된 설비투자금도 7조5000억원인데 투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SK온은 금융비용(차입금의 이자부담)으로 약 5000억원을 부담하기도 했죠.

시장에 언급한 SK온 기업공개(IPO) 시점이 2026년임에도 기업가치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전기차 캐즘 현상이 지속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앞서 업계 내 'SK온-SK엔무브' 및 'SK이노베이션-SK E&S' 등 다양한 합병설이 언급됐던 까닭도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SK아이테크놀로지 지분매각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해 SK온이 생존을 위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라며 "다만 SK그룹 자체에선 배터리를 미래 성장 산업으로 보고 있기에 '배터리 일병 구하기' 차원의 지원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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