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8위의 국적 해운사 HMM이 오는 2030년까지 화물 전용 선박인 벌크선을 현재 대비 약 3배인 110척으로 늘린다.
동시에 컨테이너선도 130척으로 1.5배 확대해 선복량(화물 적재 능력) 확보 경쟁에 뛰어든다. 올해 2월 무산됐던 HMM의 매각이 다시 추진될 것에 대비해 본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벌크 키우고 친환경에 14兆 투자
HMM은 1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컨테이너 운송 사업을 중심으로 벌크 운송사업과 통합 물류사업 영역을 확장해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선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HMM은 △컨테이너 사업(12조7000억원) △벌크 사업(5조6000억원) △통합 물류사업(4조2000억원) △친환경·디지털 강화(1조원) 등에 투자키로 했다.
특히 HMM은 친환경 경영에만 14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2050년 ‘넷 제로(Net-Zero·탄소 순배출 0)’ 달성 목표를 2045년으로 앞당기기 위해서다.
중장기 투자 규모의 가운데서 약 60%를 친환경에 쏟아붓는 HMM은 저탄소 선대와 친환경 사업, 친환경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HMM의 중장기 투자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회사는 컨테이너 사업에 2030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한다. 현재 91만TEU(85척) 수준의 운용 선대를 155만TEU(130척)까지 늘려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늘어나는 선복량 확장에 맞춰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도 1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2030년까지 저탄소·무탄소 선박 약 70척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 전 운송구간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컨테이너 사업 대비 상대적으로 열세한 벌크 사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HMM은 현재 634만DWT(36척)의 선대를 2030년까지 1256만DWT(110척)까지 확장하는데 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특정 시장에 편중되지 않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을 고루 높이고, 친환경에너지 수송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조기 확보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통합 물류사업도 키운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걸맞은 신규 터미널과 시설 투자에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세부적으로 기존 항만 터미널 확장과 주요 거점 항만 터미널을 추가 확보하고 고수익 내륙 물류기지(ODCY) 사업,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서비스를 제공해 종합 물류사업 진출 기반을 닦는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2045년 넷 제로 목표 조기 달성을 위해 선박 개조와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보 등에 9000억원을, 디지털 기반 조직체계 구축에 1000억원을 투입한다. 더불어 급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 체계를 갖추는 등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로 새판 짠다
이날 HMM은 새로운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항로 운영 계획도 밝혔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기존 '디 얼라이언스' 소속이었던 HMM, 일본 ONE, 대만 양밍이 앞으로 이어갈 새로운 협력체다.
디 얼라이언스 소속이었던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가 탈퇴한 점만 빼면 선사 구성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유럽 항로에 한해 세계 1위 선사 MSC와 선복 교환 방식으로 협력한다는 것이다. MSC와의 협력 기간은 2025년 2월부터 4년간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신규 협력 서비스 항로는 기존 체제의 26개에서 30개로 늘어난다. 이중 유럽 항로는 MSC와의 선복 교환 협력을 통해 기존 8개(북유럽 4, 지중해 4)에서 11개(북유럽 6, 지중해 5)로 강화된다.
또 HMM은 2025년부터 미주서안 12개, 미주동안 4개, 북유럽 6개, 지중해 5개, 중동 3개 등 총 30개 항로를 동맹 협력을 통해 제공한다.
앞으로 단독 운영 항로인 인도발 지중해 항로를 강화하고 인도발 북유럽 항로와 남미동안 항로 등을 신설해 서비스 네트워크를 크게 넓힐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북유럽 항로의 경우 타 협력그룹(오션·제미나이)에서 제공하지 않는 부산, 일본, 베트남 직기항 서비스를 유일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뒀다. 지중해 항로에서도 부산과 중국, 동남아, 지중해 주요 거점 항만에 대한 기항 횟수를 최대 확보하고, 터키 등 신규 직기항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경배 HMM 사장은 "신규 협력체제를 통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 직기항 네트워크를 통해 국적선사 역할도 다할 방침"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및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에도 노력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