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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워치]고려아연-MBK 분쟁, 대타협이 살길이다

  • 2025.01.30(목) 15:52

소모전 지속 조짐…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
냉정한 현실 판단 필요…정부 중재 조언도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가까이 양측은 서로에 대한 비방과 소송을 반복하고 대규모 차입에 나서며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울산 등 지역사회와 재계는 물론 자본시장에서도 양측이 더 이상의 소모전을 멈추고 대타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지난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고려아연 측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후보 선임안이 대거 가결되면서 MBK와 영풍의 이사회 장악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 MBK·영풍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또 다시 소모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MBK·영풍 측은 가처분과 형사고발 등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장기적인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가처분에 대한 결론이 나더라도 결과에 상관없이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임시주총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시간적 여유도, 자금도 많다"라며 "고려아연 이사회에 어떻게든 들어가 온 힘을 다 쏟을 생각"이라며 장기전 불사 의지를 내비쳤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도 같은 날 MBK 측에 대타협을 제안하면서도, MBK가 타협하지 않는다면 임직원, 기술진, 노조가 합심해 맞서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고려아연 사태에 있어 많은 이들이 갈등의 장기화로 인한 기업 경쟁력 훼손과 가치 상실을 가장 우려한다.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가기간산업 경쟁력이 훼손되고 울산 등 지역사회 일자리 등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기덕 사장은 "고려아연과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 뿐만 아니라 그 가족, 협력사와 고객사 분들께 큰 불안감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호소했고, 심지어 김광일 부회장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1년이 더 걸린다고 하면 회사 가치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경영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MBK·영풍 측이 법적 다툼에서 이기더라도 분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더 큰 문제다. 앞서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과 노조는 각각 성명서를 통해 MBK 측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의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내부 소모전이 격화할 것이 뻔하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임시주총 직후 내놓은 화해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MBK 측에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전했다.  
 
애초 MBK가 이번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가장 큰 명분으로 제시한 것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이었고 이를 위한 여러 제도들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도입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 의장 제도 등이다. 결국 소수주주와 주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양측이 향후 공동 경영에 대한 협의를 이뤄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한 국가 경제는 물론 국내 산업계의 지속 발전을 위해 양측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대타협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에 속한 기업이란 점을 인지하고, 양측이 타협을 통해 상생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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