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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컸는데"…호텔신라, '신사업' 접는 까닭은

  • 2025.01.24(금) 07:00

뷰티 브랜드 '시효', 내달 영업 종료키로
"럭셔리 밀었지만…인지도 확보 어려워"
호텔·면세점 위주 사업 운영…접근성↓

/그래픽=비즈워치

호텔신라가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화장품 사업에서 발을 뺀다. 약 2년 반만의 철수다.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가 시장에 빠른 속도로 안착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실패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쉬운 게 없네"

호텔신라는 2022년 6월 글로벌 화장품 업체 '로레알',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와 함께 합작법인 '로시안'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호텔신라는 25억5000만원을 출자해 로시안의 지분 30%를 가졌다. 로레알과 앵커PE는 각각 30%, 40%를 취득했다.

이후 로시안은 같은 해 11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시효'를 론칭했다. 화장품 제조는 로레알, 브랜드 경영은 앵커PE가 담당했으며 호텔신라는 유통을 맡았다. 업체마다 특화된 분야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었다.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시효'./사진=로레알코리아 제공

특히 호텔신라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절실했다. 코로나19 이후 닫혔던 하늘길은 열렸지만, 주력 사업인 TR(면세) 부문에서 예상 외의 고전이 이어진 시기였다. 실제로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호텔신라의 2022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4.1% 감소한 783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호텔신라는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화장품은 다른 상품군과 비교했을 때 재고관리가 쉬우면서 마진율이 높다. 따라서 '잘 키운 브랜드'로 만든다면 하나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뷰티 기업 로레알과 손을 잡은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사진=시효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시효는 내달 중 모든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론칭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로 로시안의 영업손실은 론칭 초창기인 2022년 27억원에서 2023년 80억원, 지난해 81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영업 종료에 앞서 전 품목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재고떨이에 나선 상황이다.애매한 포지셔닝

어쩌면 예견된 일이다. 시효는 론칭 당시 아시아권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호텔신라가 유통을 담당하는 만큼 결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전개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면세점 사업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 고객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사진=신라면세점 제공

문제는 중국인들이 더이상 면세점을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과거 면세점의 큰 손으로 불리던 '유커(游客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개별 관광객마저 이젠 면세점이 아닌 화장품 가두점(로드숍)에서 화장품을 구매한다. 중국인이 주 타깃이던 면세점에 화장품 사업까지 고꾸라지면서 호텔신라의 부담은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호텔신라가 시효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구축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지도 강화에는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신라는 그간 자사 호텔과 면세점을 제외하면 컬리, 롯데온, 공식 온라인몰에서 사업을 전개해온 게 전부다.

럭셔리 브랜드의 대표적인 진출 방식 중 하나로 꼽히는 백화점은 물론 '설화수', '후' 등도 앞다퉈 진출하는 올리브영에도 입점하지 않았다. 포화상태인 화장품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자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유통 채널 다변화에 나서는 뷰티업계와 사뭇 다른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신라면세점 제공

호텔신라는 이익이 나지 않는 화장품 사업을 빠르게 정리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호텔신라의 작년 영업이익은 수십억원대로 주저앉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이 때문에 호텔신라 역시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채널에서 운영했던 기존의 사업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고가든 저가든 화장품 자체는 높은 인지도와 접근성이 중요한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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