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오너 일가의 비리
남양유업이 새로운 주인을 맞은지 1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홍원식 전 회장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홍 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이 회사 자금을 유용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 입방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홍원식 전 회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그의 부인인 이운경 전 고문과 아들인 홍진석·홍범석 전 상무까지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죠.
검찰이 제기한 이들의 혐의를 살펴보면 가관입니다. 홍 전 회장은 '가짜 통행세'를 물리는 방식으로 남양유업에 171억원의 손실을 끼친 데다, 이 돈을 친인척 생활비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운경 전 고문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H사 제품 등을 약 50여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으로 구매했다고 하고요. 개인 주거지를 옮기거나 개인 소유 미술품을 철거할 때 드는 비용도 회사 자금으로 처리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가족들의 해외 여행 경비, 각종 가전제품과 가구 구입 등에도 회사 자금을 썼습니다. 심지어 문구류, 제과점, 배달음식 등 소액 결제까지 회사 돈을 유용했고요. 홍진석·홍범석 전 상무 부인의 휴대전화 요금, 두 전 상무의 개인 친교 모임 연회비도 회사 자금으로 처리했다는 혐의까지 받습니다. 이렇게 홍 전 회장 일가와 관련된 횡령·배임 금액은 총 256억원에 달합니다.
여전한 주홍글씨
회사 오너의 비리는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입니다. 물론 남양유업은 이미 지난해 주인이 바뀌어 더 이상 홍 전 회장 일가와 무관합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월 긴 법정 싸움 끝에 홍 전 회장으로부터 남양유업 주식을 양도 받아 새로운 주인이 됐습니다. 같은해 3월 말에는 주주총회를 통해 홍 전 회장 일가를 밀어내고 새로운 경영진도 세웠죠. 완전히 새로운 남양유업으로 재탄생한 셈입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뀌었는지 여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남양유업에 따라붙은 '나쁜 기업'이라는 주홍글씨만 기억할뿐이죠.
남양유업은 이미 10년 이상의 불매운동을 겪고 있습니다. 남양유업 불매가 길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겁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밀어내기' 사태로 국민적인 공분을 산 뒤 온갖 논란에 휘말려왔습니다.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사건, 경쟁사 비방, '불가리스' 과대 광고, 최근의 경영권 분쟁까지 10년이 넘도록 조용할 날이 없었죠. 남양유업 하면 나쁜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상에서는 남양유업 불매가 일종의 '밈'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이미 많은 소비자들에게 놀이 또는 일상처럼 여겨지고 있죠. 남양유업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하는 제품을 찾아내 공유하는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남양유업이 국내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에 우유를 납품하기로 했다는 소식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남양유업은 물론 스타벅스까지 불매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홍 전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가 지속될수록 남양유업의 평판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남양유업의 이름이 부정적인 이슈에서 자꾸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남양유업에게는 부담입니다.
소비자 신뢰 회복할까
이 때문에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 일가와의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최근 홍 전 회장 일가의 배임·횡령 혐의 논란을 묵과하는 대신 직접 언론에 입장을 내놓은 게 대표적입니다. 남양유업은 "이전 경영진 시절 발생한 문제에 대해 법적 절차를 통해 철저히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관련 사안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및 강화, 준법 윤리 경영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남양유업은 회사 차원에서도 직접 홍 전 회장 측과 소송을 치르고 있습니다. 200억원대에 달하는 고가 미술품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두고 벌어진 다툼인데요. 남양유업이 해외에서 사들인 미술품이 매매 직후 홍 전 회장 측으로 명의가 이전된 것이 문제가 됐는데요.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이 미술품을 사들인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이 미술품을 다시 회사로 가지고 오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남양유업은 나쁜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준법·윤리 경영 강화'를 골자로 한 고강도 경영 쇄신안을 발표한 데 이어 법조계·학계·경제계 전문가로 구성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출범시켰습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법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도 확대했죠.
모두 이전 경영진 시절 벌어졌던 논란들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리점 동행기업'으로 2년 연속 선정되며 상생 경영에 대한 노력도 인정 받았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많은 부분에서 남양유업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관건은 소비자 신뢰 회복입니다. 남양유업을 따라붙은 나쁜 기업 이미지는 좀처럼 떼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신뢰 회복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남양유업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회사로 변화했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양유업이 더 많은 노력을 통해 더 나은 기업이 되어 소비자에게 다시 선택 받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