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급증
'1세대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국내에서 판매 채널을 다변화 하는 한편 해외 사업을 확대하면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3.1% 증가한 141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95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줄었지만 큰 폭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에이블씨엔씨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연간 영업이익(114억원)보다도 높다. 영업이익률도 2022~2023년 4%대에서 지난해 1~3분기 7.2%로 높아졌다.
지난해 에이블씨엔씨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전략적으로 면세 채널 의존도를 낮춘 덕분이다. 면세 채널은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은 데다, 최근 고환율과 개인 관광 위주의 트렌드가 맞물리며 매출을 내기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에이블씨엔씨는 저수익 구조를 지닌 면세 매출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에이블씨엔씨의 면세 매출은 2분기 66억원, 3분기 39억원으로 점차 감소 중이다. 이에 에이블씨엔씨의 전사 매출액도 소폭 감소했지만 원가율 개선에 주력해 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대신 에이블씨엔씨는 수익성이 더 높은 해외 직수출 매출을 확대해 면세 매출 감소를 상쇄했다. 지난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유럽, 중동, 일본이었다. 지난해 3분기 유럽과 중동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1.3%, 171% 늘었다. 각 지역별 특성에 맞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인플루언서 등 맞춤형 마케팅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 일본 역시 엔화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2% 늘었다. 기존에 인기가 높았던 색조 제품 외에도 기초 화장품이 강세를 보이며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에이블씨엔씨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에이블씨엔씨 매각 작업이 다시 진행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에이블씨엔씨의 최대주주 IMM PE는 지난해 7월 공식적으로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이 아직 개선되지 않은 만큼 적정 가격을 받고 엑시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본격적인 매각 재추진을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 외에 매출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출 끌고 신규 채널 밀고
에이블씨엔씨는 2000년 미샤를 통해 '3300원 제품'이라는 저가 전략을 내세워 화장품 로드숍 전성기를 열었다. 미샤를 비롯한 로드숍들은 2010년대 들어 중국인에게 높은 인기를 끌며 급격히 성장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연간 매출액도 한때 4000억원을 훌쩍 넘길 정도였다. 사모펀드 IMM PE는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세에 주목해 2017년 에이블씨엔씨 창업자인 서영필 전 회장으로부터 1882억원에 회사를 사들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 중단, 코로나19 등으로 로드숍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도 저가 화장품보다는 '럭셔리'로 옮겨갔다. 여기에 올리브영과 같은 H&B스토어의 등장은 로드숍에 큰 타격이었다. 에이블씨엔씨의 실적도 급격히 악화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액은 2020년 3000억원대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3000억원선마저 무너졌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680억원, 2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에이블씨엔씨는 국내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자 2020년부터 해외 수출을 크게 늘렸다. 에이블씨엔씨 수출액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의 해외 수출 비중은 2019년 27.7%에서 2020년 49.9%, 2021년 52.2%로 급등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서 내게 된 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 비중은 57.2%에 달한다. 현재 에이블씨엔씨는 전 세계 41개 국가, 5만6000여 개의 매장에 입점해있다.
국내에서는 로드숍 의존도를 낮추고 유통 채널 다변화 전략을 택했다. 에이블씨엔씨의 국내 매장 수는 한 때 700개가 넘었지만 현재는 270여 개로 줄었다. 대신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외에도 '어퓨', '초공진', '스틸라' 등 6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신규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어퓨는 현재 다이소, 무신사, 컬리, 지그재그 등 다양한 채널에 입점해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도 해외 시장 공략과 유통 채널 다변화를 추진한다. 신유정 에이블씨엔씨 대표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각 브랜드가 국내외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고객과 소통하도록 하고 해외 파트너와 관계를 공고히 해 신규 국가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해외 직수출을 강화해 매출 외형 확대와 동시에 건강한 이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 구조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