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예고한 대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재임 1기 때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할당받은 수출량 쿼터를 이번에도 유지할 수 있을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은 미국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투자 결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외나 면제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어느 국가든) 예외나 면제가 없다"며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틀 내 '상호 관세'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호 관세란 두 나라가 서로에게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관세 부과 당사국의 보복 관세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명령은 오는 3월 4일부터 발효된다.
이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고문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생산 업체를 돕고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외국 덤핑을 종식시키고 국내 생산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쟁점은 쿼터 유지 여부
집권 1기 때인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고관세를 부과하자 한국은 25%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톤)의 70%' 수준인 263만톤까지 수출량 쿼터를 할당받았다. 쿼터량까지는 무관세였고, 쿼터량 이상은 미국 수출이 금지됐다.
이번 행정명령의 쟁점 중 하나는 쿼터 유지 여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행정명령에 대한 세부 규제 기준이 아직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기존 쿼터인 263만톤 축소 유무가 수출 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명령에 대한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외교적 협의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물량 공세와 미국의 고율 관세가 동반되면 한국 철강은 양면전을 펼쳐야 하고, 이는 철강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공장, 투자비 높지만 적극 검토
한국 철강회사는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공장 건립 카드를 만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내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실적 발표에서 김광평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전무)은 "미국 등 해외 현지 공장 설립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코멘트를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미국 내 상공정 투자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홍윤식 포스코 마케팅 전략실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내 상공정에 대한 검토는 투자비도 높고 변동성도 높아 다양한 옵션을 두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상공정은 고로 또는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미국 공장을 운영 중인 철강사도 있다. 세아제강은 2016년 미국 휴스턴 공장을 인수해 강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연간 생산량은 약 25만톤으로 이번 고관세의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고관세 반사이익도 기대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고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철강업계가 현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수입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이번 행정명령은 대(對) 미 무역 흑자를 줄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균형을 맞추면 고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철강업계는 안정적인 수출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대 미 무역 흑자 규모는 약 557억 달러(약 81조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