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3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워홈의 '비싼 몸값'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금 여력에 물음표가 붙는 상황에서 한화비전마저 인수전에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추가 자금까지 필요한 만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년만의 재도전
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르면 다음주 중 아워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인수할 지분은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미현 아워홈 회장이 가진 1320만주(57.8%)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50%의 지분을 먼저 사들인 후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중 나머지 약 8%를 2년 뒤 매입하는 단계적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을 인수한다면 5년 만에 급식·식자재 유통업에 다시 뛰어들게 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020년 단체급식·식자재 유통(FC) 부문(현 푸디스트)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하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5년만에 급식·식자재 유통업에 재도전 하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단체급식은 과거에는 내수 사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식자재 유통시장 역시 대기업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아워홈의 경쟁사인 CJ프레시웨이와 현대그린푸드는 2023년 각각 매출 3조원, 2조원을 넘긴 데 이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워홈 역시 매출액이 2021년 1조7408억원, 2022년 1조8354억원, 2023년 1조9835억원 등으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김 부사장이 아워홈에 주목한 것은 아워홈의 급식·식자재 유통업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김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그룹의 호텔·레저 사업, 푸드테크 사업 등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김 부사장은 식품업을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2월 한화푸드테크를 출범하고 푸드테크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로 외식업에 뛰어든 데 이어 지난해 지난해 9월 음료 제조업체 '퓨어플러스'도 인수했다.
과도한 몸값
문제는 아워홈의 몸값이다. 한화는 아워홈 지분 100%의 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아워홈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10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우선 인수할 아워홈 지분 50%의 가격은 75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아워홈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보고 있다. 상장사인 CJ프레시웨이의 시가총액은 약 2300억원, 현대그린푸드의 시가총액은 약 47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아워홈 기업가치와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자금을 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57억원에 불과하다. 1년 안에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자산도 1088억원뿐이다. 한화그룹은 한화비전을 통해 인수 자금 중 3000억원 가량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IT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비전이 급식업체인 아워홈 인수에 자금을 댄다는 소식에 주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대부분의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2000억~3000억원 가량은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조성하는 펀드를 통해 조달한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나머지 금액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더 많은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현재 25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인천에서 테마파크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어 추후 재무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인수에 성공한 후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율이 50%에 불과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추가 지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사 선임 등 주주총회 일반결의 사항을 가결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정관 변경, 이사 해임, 영업 양수도 등은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특별결의에는 주주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측, 그리고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사이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대표 측은 한화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아워홈 인수 후 유상증자를 통해 구지은 전 부회장 측 지분을 희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내부에서는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김동선 부사장이 인수 후 뚜렷한 시너지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