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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아워홈의 '역발상'…식빵 테두리의 대변신

  • 2025.03.10(월) 07:41

매달 3톤씩 나오는 식빵 부산물 '빵가루'로 활용
바삭·쫀득한 식감 살린 쿠키 생지로 B2B 판매
첫 자체 전용 발효종까지…OEM 빵 업그레이드

아워홈 베이커리 상품 기획·연구 개발 담당자인 박은혜 B2B상품기획팀 책임(왼쪽), 허다연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연구원(가운데), 김선준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팀장(오른쪽)이 발효종 빵을 테스트하고 있다. / 사진=아워홈

샌드위치, 프렌치 토스트, 멘보샤, 몬테크리스토 등 식빵을 사용한 요리를 하고 나면 꼭 남는 것이 있다. 바로 식빵 테두리다. 부드러운 식감의 식빵 속살만 사용하다보니 거칠고 질긴 테두리는 잘라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테두리를 러스크(비스킷의 일종), 크루통(빵을 주사위 모양으로 튀기거나 구운 것)과 같은 새로운 요리로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버린다. 가정에서 하는 요리라면 버려지는 식빵 테두리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샌드위치 제조 공장이라면 어떨까?

샌드위치를 제조하는 아워홈의 안산공장에서는 매달 3톤 가량의 식빵 테두리 부산물이 발생한다. 일부는 가축 사료로 재활용 하지만 다른 일부는 폐기된다.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식빵 테두리가 매년 수 톤씩 그냥 버려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아워홈은 이 버려지는 식빵 테두리를 빵가루로 재탄생시켜 '업사이클링(upcycling)' 하고 있다. 쿠키부터 발효종까지 업사이클링 빵가루의 활용 범위도 넓히는 중이다.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연구1부문 베이커리팀(이하 베이커리팀) 김선준 팀장과 허다연 연구원, B2B상품기획팀의 박은혜 베이커리 담당 책임에게 식빵 테두리 업사이클링 도전기에 대해 들어봤다.

가치 더해 '새활용'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을 단순히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recycling)과 달리 새로운 가치를 더한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을 말한다. 식빵 테두리를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 재활용이라면 업사이클링은 식빵 테두리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선준 팀장은 "공장에서 발생되는 식품 부산물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자원 선순환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며 "식빵 테두리 가공품도 이런 환경 보호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기에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해 두 가지 오해를 한다. 첫 번째는 식품 부산물을 쓰기 때문에 값이 쌀 것이라는 생각, 두 번째는 식품 부산물을 썼으니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선준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팀장(왼쪽)과 김주영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연구원(오른쪽). / 사진=아워홈

김 팀장은 첫 번째 오해에 대해 "사람들은 단순히 부산물이 들어가면 값이 더 싼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부산물을 모으고 2차 가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상품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워홈 베이커리팀과 B2B상품기획팀이 식빵 테두리의 업사이클링을 결정한 후 가장 먼저 고민한 대목도 '어떻게 하면 가격 면에서 더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을까'였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생산 비용이 많이 들면 가격이 비싸져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폐기보다 업사이클링에 돈이 더 든다면 차라리 버리는 편이 낫다. 업사이클링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아워홈은 여러 아이디어들을 검토했지만 대부분 폐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일반 가정처럼 식빵 테두리를 러스크나 크루통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들은 식빵 테두리를 크기에 맞게 잘라서 굽거나 튀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추가 생산 설비가 필요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쿠키로 재탄생 한 빵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빵가루'였다. 빵가루는 상대적으로 추가 설비가 덜 들고 다른 방식으로도 활용할 여지가 많다. 아워홈은 식빵 테두리를 분쇄한 후 급속 동결해 빵가루로 만들고 있다. 식빵 테두리를 분쇄하기만 하면 되니 재가공 과정에서 다시 버려지는 부분도 많지 않다. 실제로 수율도 80% 가량이다.

식품 부산물을 사용했다고 해서 비위생적이지도 않다. 김 팀장은 "샌드위치 제조 시 발생되는 식빵 테두리가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빵 테두리가 발생하면 이를 모아 즉시 위생적으로 2차 가공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공정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샌드위치 제조 공장인 안산공장에는 샌드위치 절단 설비 바로 옆에 분쇄 설비가 놓여 있다고 한다.

아워홈 베이커리 상품 기획·연구 개발 담당자인 김선준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팀장(오른쪽)과 허다연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연구원(왼쪽)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아워홈

아워홈은 업사이클링 빵가루를 제일 먼저 쿠키에 활용했다. 원래 쿠키에는 빵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빵가루로 밀가루 일부를 대체하면 쿠키의 품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이디어가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두 번째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김 팀장은 "소비자가 업사이클링 제품을 찾으려면 맛이나 품질이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빵가루를 넣어 좀 더 바삭하거나 쫄깃한 식감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쿠키 개발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밀가루와 버터, 업사이클링 빵가루의 최적의 비율을 찾는 일이었다. 빵가루 비율을 달리 한 시제품 여럿을 가지고 다른 사업부의 의견을 묻고 내부 품평회도 열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제품이 '다크 초콜릿 피칸', '더블 초콜릿', '마카다미아 말차' 등 총 세 가지 맛의 냉동 쿠키 생지다. 실제로 이 쿠키는 빵가루 덕분에 테두리는 바삭한데 가운데 부분은 촉촉하면서도 쫀득해 풍부한 맛이 난다. 이 쿠키 생지를 개발하는 데는 6개월이 걸렸다.

아워홈은 업사이클링 빵가루로 만든 쿠키 생지를 호텔, 조식 제공 아파트, 대형 베이커리 등 B2B 사업장에 공급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박은혜 책임은 "처음에는 판매량이 미미했지만 쿠키 생지를 한번 써본 업장에서는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면서 출하량이 늘고 있다"며 "생지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구워 나가는 완제품 쿠키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새 먹거리로

아워홈의 업사이클링 빵가루는 단순히 쿠키의 원료로 사용되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아워홈 베이커리팀과 B2B상품기획팀은 이 빵가루로 아워홈의 첫 자체 '발효종'도 개발했다.

발효종은 효모(이스트)와 유산균이 혼합되어 있는 배양물로, 발효를 일으키는 일종의 씨앗이다. 효모는 빵 반죽을 발효시켜 부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유산균도 빵의 발효를 돕긴 하지만 사실 효모만 있어도 빵 반죽을 충분히 부풀게 할 수 있다. 효모만 쓰면 빵을 만드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덜 든다. 하지만 이 경우 유산균이 주는 풍미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워홈 베이커리 상품 기획·연구 개발 담당자인 박은혜 B2B상품기획팀 책임(왼쪽)과 허다연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연구원(오른쪽)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아워홈

아워홈은 대기업 베이커리에 식빵 등을 납품하는 OEM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자체 발효종은 없었다. 이에 아워홈 베이커리팀과 B2B상품기획팀은 빵가루를 활용해 아워홈만의 발효종을 만들기로 했다. 해외에서 빵가루를 활용해 맥주, 와인 등을 만드는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팀장은 "빵가루의 전분을 가수분해하면 포도당 단위로 쪼개지는데 이 포도당이 유산균의 먹이가 되어 발효를 일으키는 씨앗이 된다"면서 "빵가루로 만든 발효종은 아마도 한국 최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빵가루 발효종을 개발하는 데는 1년이나 걸렸다.

아워홈이 처음으로 자체 발효종을 개발하게 되면서 OEM 빵 제품의 품질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아워홈은 최근 이 발효종의 양산화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이달 중 계룡공장에서 자체 발효종을 투입한 식빵 생산에 들어간다. 아워홈은 지난해 12월 이 발효종에 대해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현재 특허 등록을 진행하고 있다.

아워홈 베이커리 상품 기획·연구 개발 담당자인 박은혜 B2B상품기획팀 책임(왼쪽), 김선준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팀장(가운데), 허다연 마곡식품연구센터 베이커리팀 연구원(오른쪽)이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아워홈

아워홈이 발효종을 사용한 식빵 생산까지 나서면서 올해 안에 식빵 테두리 부산물의 50%를 업사이클링 할 수 있게 된다. 아워홈은 추후 OEM 식빵 생산이 늘어날 경우 버려지는 식빵 테두리의 90%까지 업사이클링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워홈 베이커리팀과 B2B상품기획팀은 '콩비지'를 활용한 쿠키 상품화도 추진 중이다. 이 콩비지는 두부 제조 공장인 계룡공장에서 나오는 식품 부산물이다.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는 콩비지는 약 5시간 정도의 건조를 거쳐 분쇄된 후 쿠키로 재탄생 된다. 아워홈의 자체 베이커리 '아워당' 제주국제공항점에서 제주 지역 전용 제품으로 다음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박 책임은 "최근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돈 주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잘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며 "가격이 아주 싸지는 않아도 이 제품을 사면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다는 가치 소비적 측면을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푸드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원료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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