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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의 시간]한화·한미간 극명한 '하이브리드 본더' 온도차…왜?

  • 2025.09.16(화) 17:34

한화세미텍은 내년, 한미반도체는 '27년 가닥 전망
신중한 한미반도체 vs 한화는 시장 선점 효과 노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은 반도체 장비 하이브리드 본더를 두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에 신중한 입장인 반면 한화세미텍은 발빠르게 해당 장비를 준비하며 시장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더를 둘러싼 두 기업의 온도차가 추후 본더 시장의 우위 변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세미콘타이완 2025'에 나란히 참가했다. 당시 행사에서 두 회사는 HBM 생산에 필요한 '본더' 장비를 핵심 카드로 내세웠지만 방향은 사뭇 달랐다. 

가장 주목받은 건 한화세미텍이 내건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의 내년 출시 계획이다. HBM은 메모리를 수직으로 적층해 생산하는데 본더 장비는 이 적층 과정에 사용되는 장비다.

현재 사용되는 TC본더는 메모리와 기판에 플럭스 혹은 솔더블 등 화학물질과 열, 그리고 압력을 통해 연결하는데 하이브리드 본더는 메모리와 기판의 구리를 직접 연결 시켜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는 장비를 말한다. 하이브리드 본더를 사용하면 더 많은 메모리를 적층할 수 있어 HBM4 등 차세대 HBM 제조를 위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한화세미텍 측은 내년 1분기 중 고객사에 품질 테스트를 위한 하이브리드 본더를 납품하는 등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본더 공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HBM용 본더 시장의 최강자인 한미반도체 측은 하이브리드 본더 출시 계획을 내놓지 않고 2.5D 빅다이 TC본더, 빅다이 FC본더, TC본더 4를 선보였다. HBM 생산 장비는 TC 본더 4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재 열과 압력을 바탕으로 쓰이는 TC본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SK하이닉스가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한 만큼 본더 장비 역시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도 한미반도체가 하이브리드 본더를 내놓지는 않은 것이다.

얼핏 보면 한화세미텍이 세대교체 전망 속에서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지만 업계 판단은 엇갈린다. 하이브리드 본더를 당장 HBM 제조사들이 사용하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HBM4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더라도 20단 이상, 즉 D램 다이를 20개 이상 쌓아올렸을 때가 되서야 하이브리드 본더가 필요할 거로 본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내놓은 HBM4 역시 12단이어서 당장 하이브리드 본더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HBM4가 한 층 더 진화해 16단 이상에 돌입하더라도 하이브리드 본더를 굳이 쓸 이유가 없다는 거다. 특히 TC본더와 비교해 가격이 두 배 이상이기 때문에 당장은 매력도가 떨어진다. 

반도체 기업 한 관계자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가 HBM4의 표준 규격을 생각보다 타이트 하게 잡지 않으면서 TC 본더를 통해서도 HBM4를 생산할 수는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TC본더를 대체하더라도 하이브리드 본더가 아닌 플럭스리스 본더 등을 중심으로 우선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본더에 대한 품질 테스트 검증이 아직은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높은 가격 등을 고려하면 당장은 매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본더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한미반도체가 하이브리드 본더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으면서도 출시 시기를 2027년으로 보수적으로 잡은 것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세미텍이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발빠르게 하이브리드 본더를 내놓으려는  데에는 본더 장비 세대 교체 시점에 맞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고 본다.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현 시장 점유율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더 장비의 경우 한미반도체가 고객사로부터 긴 기간 동안 제품의 신뢰와 안정성 등을 검증 받아왔기 때문에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관련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었을 때 한화세미텍이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거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반전을 쓰기 위해서는 내년 중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품질테스트에서 어떠한 결과를 받을지,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등 지켜봐야 할 부분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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