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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최태원 손 들어줬다…1.4조 벼랑 끝서 기사회생

  • 2025.10.16(목) 13:37

'세기의 이혼' 2심 뒤집고 파기환송…위자료는 확정
"노태우 비자금은 불법성 뇌물…이익 반환 안돼"
SK 유동성 부담 털고 '지배구조 리스크' 한숨 돌려

최태원 SK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간 8년 법정 공방이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1조4000억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파기되면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불법 원인에 기반한 자금은 재산분할의 기여로 인정될 수 없다"고 못박으며, 불법 자금의 세대 간 이전에 단호한 제동을 걸었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의 재산분할 규모는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고 SK그룹도 경영권 방어와 유동성 부담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대법, '불법원인급여' 원칙 재확인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상고심 주요쟁점 및 결과./그래픽=비즈워치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민법 제746조를 근거로 명확히 선을 그었다.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조항 취지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노태우가 1991년경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그 출처는 대통령 재직 중 받은 뇌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위는 사회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명백히 반하고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가치를 지닐 수 없는 이상, 그로부터 파생된 자금이 딸인 노소영 관장의 기여로 인정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이 "노 전 대통령의 지원금을 반환하라는 게 아니라, 이를 기여로 평가해달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은 결혼 생활 중 이미 써버렸거나 넘긴 재산을 이혼할 때 어떻게 나눌 지에 대한 기준도 새로 세웠다.

부부 공동생활이나 재산 유지와 무관하게 개인적 용도로 재산을 사용했다면, 그 재산은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간주해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반면 기업 경영권 확보나 재산 가치 유지 등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경제적 활동의 일환으로 사용된 경우라면,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재산으로 보고 분할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결혼 중 쓴 재산' 분할기준 새로 세워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중 공동재산 범위./그래픽=비즈워치

이번 판단에 따라 최 회장이 혼인 중 친인척·재단·학술원 등에 증여한 SK 주식이나 급여 반납·재단 기부 등은 분할대상 재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 회장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SK 주식 약 329만주를 증여하고, 급여 반납·기부 등으로 927억여원을 처분했다.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증여세 246억원도 대신 납부했다. 2심은 이를 모두 분할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 이재근 변호사는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잘못 해석된 법리를 바로잡아 다행"이라며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나 지원으로 SK가 성장했다는 오해가 법적으로 정리된 점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법적 갈등은 2017년 최 회장이 협의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노 관장이 맞소송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소송으로 번졌고 1심은 665억원, 2심은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명령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8년째 이어지는 이혼소송은 다시 2심 법정으로 돌아가 재산분할 비율을 새로 정하게 된다.

법조계 일각선 "대법원이 불법원인급여를 명확히 배제하면서 노 관장 측의 기여 인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며 "파기환송심에선 재산분할 규모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결과로 SK그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만약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자산 매각에 나서야 했다. SK㈜ 지분은 그룹 지배의 핵심이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보유 지분이 25%대에 그쳐, 과거 '소버린 사태'처럼 외부 세력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어떻게 변했나./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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