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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 AI칩 병목 푸는 '세 가지 무기' 꺼냈다

  • 2025.11.26(수) 14:26

하이브리드 본딩 통합 장비로 적층 시간 '10분의 1'
2나노 GAA 공정용 장비·3D 계측 장비도 함께 선봬
"로직·메모리·패키징 전 라인 혁신…고객 로드맵 빨라져"

허영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디렉터가 2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강민경 기자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이하 어플라이드)가 인공지능(AI) 칩 성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세 가지 신형 장비를 공개했다. AI 칩 성능을 좌우하는 고집적·고속·고정밀 요구에 대응, 로직부터 메모리와 패키징까지 반도체 전 공정의 병목을 한꺼번에 풀겠다는 전략이다.

'세척→정렬→접합' 한 번에

어플라이드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이브리드 본딩 통합 플랫폼 '키넥스(Kinex)' △2나노미터(㎚) 이하 공정용 '센츄라 엑스테라(Centura Xtera)' △'프로비전(PROVision) 10 전자빔 계측 시스템'을 각각 소개했다. 패키징 밀도와 로직 공정 정밀도, 3D 구조 수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어플라이드의 핵심 라인업이다.

최근 AI 가속기 구조는 GPU 주변에 HBM 여러 장이 층층이 쌓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HBM 적층은 12단까지 확대됐고 패키지 안에 들어가는 칩 수도 100개를 넘어섰다. 

업계는 향후 수백 개 칩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는 초고집적 구조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칩 개수는 빠르게 늘어나지만 패키지 크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촘촘하게 붙이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치하느냐'가 성능 경쟁의 핵심이 됐다.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 특징./그래픽=비즈워치

이 과정에서 기존 패키징 방식의 한계는 분명해졌다. 현행 범프(bump) 기반 연결은 칩 사이 간격이 넓어 속도와 전력 효율서 제약이 있다.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달하고 발열을 줄이려면 구리와 구리를 직접 맞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필요하다. HBM 제조사들도 차세대 제품부터 이 방식을 본격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플라이드의 '키넥스'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본딩에 필요한 여러 공정을 한 장비로 묶은 플랫폼이다. 기존엔 표면 세척과 정렬 및 접합을 각각 다른 장비에서 처리하면서 공정 간 이동이 많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미세 오염 위험도 뒤따랐다. 

키넥스는 이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해 흐름을 단순화했다. 네덜란드 장비업체 베시와 협업한 결과 기존 10~13시간 걸리던 적층 시간을 1시간대로 줄였고 품질 안정성도 높였다는 설명이다.

어플라이드가 공개한 '키넥스' 개념도. 분리돼 있던 여러 본딩 공정을 하나의 통합 장비 안에서 처리하는 구조를 시각화했다./사진=강민경 기자

"전력당 성능 경쟁…장비 혁신이 답"

키넥스에 이어 소개된 '센츄라 엑스테라'는 트랜지스터 내부의 미세 통로를 균일하게 형성하는 장비다. 2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이 통로가 더욱 깊고 좁아지기 때문에 기존 설비로는 빈 공간 없이 채우기 어렵다. 

이에 엑스테라는 재료를 한 번에 채워 넣는 대신, 채운 뒤 다시 아주 얇게 깎아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통로 안쪽 모양을 단계별로 다듬어가며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구조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누적된 미세 조절로 수십억개 트랜지스터의 균일도를 끌어올렸고 가스 사용량도 기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 단계가 끝나면 공정은 '얼마나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복잡한 3D 구조에서는 미세한 오차를 조기에 검출하는 능력이 수율을 좌우한다. 

어플라이드의 '프로비전 10'은 이를 위한 전자빔 계측 장비다. 업계 최초 냉전계 방출(CFE) 기술을 적용, 기존 대비 이미지 선명도를 50% 높였고 이미징 속도도 최대 10배 빨라졌다. 전자빔이 더 깊은 층까지 도달해 여러 층을 통합한 형태로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코리아 대표./사진=강민경 기자

어플라이드는 이날 공개한 세 장비가 이미 글로벌 로직·메모리·후공정 업체에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AI 칩 제조 전 과정 내 병목을 해결, 고객사들의 기술 로드맵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는 "AI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동일한 전력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기술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가 AI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고 내년은 어플라이드가 더 크게 성장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어플라이드는 올해 연간 매출 284억달러(약 41조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전 공정을 겨냥한 신제품 3종이 성장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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