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양산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가 출시 네 달 만에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온디바이스 AI용 차세대 저장장치 UFS 5.0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반도체 지방 투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의 AI·반도체 투자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출하한 HBM4는 최근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5380억원)를 넘어섰다. 양산 개시 후 약 130일 만이다. 업계는 이달 말 기준 누적 매출이 12억달러(약 1조8460억원)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HBM4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BM4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했다. 기존 HBM3E 대비 두 배 많은 2048개의 입출력(I/O) 핀을 탑재해 최대 13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 단일 스택 기준 메모리 대역폭도 초당 최대 3.3TB로 끌어올렸다. 이는 HBM3E 대비 약 2.7배 향상된 수준으로 고객사 요구 성능인 3.0TB/s를 웃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에 HBM4가 적용될 예정인 만큼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HBM을 대거 사용할 것"이라며 한국 메모리 업체들과의 협력 확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7세대 HBM인 HBM4E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하며 AI 메모리 시장 선도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 AI 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온디바이스 AI 환경에 최적화된 차세대 저장장치 UFS 5.0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UFS는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장치다. 삼성전자의 UFS 5.0은 최신 9세대 V낸드를 기반으로 초당 10.8GB의 순차 읽기 속도와 9.5GB의 순차 쓰기 속도를 구현했다. 기존 UFS 4.1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된 수준이다.
전력 효율도 크게 높였다. 클락 게이팅과 멀티 전압 기술 등을 적용해 전작보다 전력 효율을 40% 이상 개선했다. 모바일 기기 내부에서 AI 연산이 늘어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에 배터리 사용 시간은 늘리고 발열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부터 UFS 5.0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향후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물론 확장현실(XR) 기기와 AI 웨어러블 등 차세대 디바이스로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생산 거점 확대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오는 2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지방 투자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맞물려 AI·반도체 산업의 지방 투자 확대 방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광주 지역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첨단 패키징은 AI 반도체 시대 들어 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후공정 기술로 평가받는다. 투자 규모·시기·입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정치 이슈로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거점은 전력·용수·인력·협력사 생태계가 집적된 곳에 구축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지방 유치 논의에 앞서 정부가 관련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대에는 생산·패키징·연구개발(R&D)의 집적 효과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정치적 판단보다 산업 경쟁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