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금감원 감리와 증선위 재감리 명령 등 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최종 결론이 났지만, 바이오로직스는 감리 결과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행정 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다.
◇ "회계 기준 자의적 해석해 고의 위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 변경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와 더불어 2012~2013년 회계 처리는 '과실', 2014년은 '중과실'로 판단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증거자료와 당시 회사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 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해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분식 규모는 4조5000억원 수준으로 판단했다.
2015년에 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단독지배에서 미국 바이오젠사와 공동지배로 변경한 것의 부당성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 콜옵션 부채를 2014년에 인식했음을 알았음에도 콜옵션의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마련하고 외부평가기관의 의견을 유도했고, 에피스 투자주식을 취득원가로 인식해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비정상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
또 2012년~2013년 에피스를 단독지배한 것으로 처리했지만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의 합작계약서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등 바이오젠이 경영 상황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에피스를 연결하여 회계처리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제회계기준(IFRS)이 2011년 국내에 도입된 점, 회사와 에피스가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설립된 점, 지배력 관련 새로운 회계 기준서가 2013년에 시행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12~2013년의 회계 처리기준 위반의 동기를 '과실'로 판단했다.
2014년은 임상시험 등 개발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회사가 콜옵션 내용을 처음으로 공시해 콜옵션의 중대성을 인지했던 점을 감안해 위반 동기를 '중과실'로 결정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공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대표해임·과징금 80억원 등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검찰 고발 조치 등을 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하기로 했고 회계사 4명에 대해 직무 정지 건의 조치를 내렸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실에 의한 위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증선위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가 당분간 정지되며 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거래소는 상장 규정에 따라 현시점에서의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그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실질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부에서 향후 15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로 회부할지, 매매정지를 해제할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기업심사위원회로 가면 상장폐지 여부, 개선 기간 부여, 추가 매매정지 등에 대해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증선위의 결정에 따라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되면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생긴다. 김 부위원장은 "두 회사 모두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일각에서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수정된 재무제표를 면밀히 분석해 감리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발표 직후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준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바이오로직스는 "다수의 회계 전문가로부터 적법하다는 의견을 받은 사항이기 때문에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증선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 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