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를 가로막고 있던 안개가 하나둘씩 걷히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높아진데 이어 설 연휴 사이에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며 남북경협주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이달 11일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고 곧이어 미중 간 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무역갈등 완화 조짐도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높인다.
◇ 북미 정상회담 기대감 상승
7일 증시에서는 남북경협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현대건설은 전 거래일 대비 500원(0.8%) 오른 6만5000원를, 현대엘리베이터는 4500원(3.8%) 오른 12만3000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로템(3.5%) 현대상선(5%) 일신석재(24.8%) 광명전기(5.1%) 오르비텍(16.1%) 등 다른 남북경협주도 일제히 올랐다.
주요 남북경협주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린 데에는 설 연휴 사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이달 27~28일 베트남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덕분이다.
특히 한해 내정과 외교 기본방침을 밝히는 연두교서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북미 간 관계 진전을 국가 과제로 설정했다는 반증으로 해석되면서 남북경협주 반등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문정희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 시찰을 받아들이고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한다면 남북 경제협력은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남북철도 등이 동시에 진척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남북경협주에는 실무협상부터 정상회담 일주일 전까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패턴이 있다"며 "정상회담 후 사찰이 시작되면 기대감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中 경기침체 압력에 무역협상 적극성↑
지난해부터 국내외 증시 발목을 잡아 왔던 미중 간 무역갈등도 해소 국면 기대를 높이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연두교서와 미중 무역갈등 해소 기대감으로 5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연두교서에서 이렇다 할 구체적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1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협상을 재개하는 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정상회담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기침체 압력에 직면한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갈등이 해소된다면 국내 증시 조정국면도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연준발 훈풍도 지속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성명서에서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을 시사한 것도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7일 코스피는 기관 매도세로 전 거래일 대비 0.04포인트 내린 2203.42로 장을 마감했지만 외국인은 1608억원을 순매수하며 사자세를 이어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하반기 실물경제가 얼마나 살아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상반기 특별한 대응은 없음을 약속한 듯 보인다"며 "연준은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범위에 들어와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해석했다.
대신증권은 "기준금리 인상 종료는 경기 둔화나 하강의 의미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면서 "올 상반기 중 1회 정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