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유예기간을 부여받았던 특례 제외업종도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회사도 의무 시행을 앞두고 각사 상황에 맞는 방식과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 근무시간에 제한을 두기 어려운 특수 직군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재량근로제 적용 범위에 금융투자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포함하기로 했다.
◇ 펀드매니저·애널 주52시간 예외
지난 20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금융투자분석(애널리스트), 투자자산운용(펀드매니저) 등에 대해서도 전문성, 재량성, 재량근로 적용 관련 현장의 요구 등을 고려해 재량근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그동안 재량근로 대상이 아니었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재량근로 범위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외에 금융상품 개발 업무가 재량근로 대상 업무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유권 해석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성질에 따라 근로자의 재량으로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근로시간 배분뿐 아니라 업무 수행 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52시간 적용 예외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유가증권시장 시세 등의 동향 또는 유가증권의 가치 등을 분석, 평가 또는 이에 기반하는 투자에 관해서 조언을 하는 업무'를 재량근로 대상에 포함했다. 우리 역시 금융투자업계가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속적해서 전달하면서 요구가 반영됐다.
◇ "현실적 어려움 해소…추가 방안 필요"
금융투자업계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해당 직군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동향을 살피고 분석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제한할 경우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부터 전 부문에 52시간 제도를 적용한 KB증권의 경우에도 해외 주식담당 부서는 3교대를 적용하고, 애널리스트는 시차출퇴근제로 분석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사와 같이 인력을 충분한 경우엔 가능은 하지만, 이 역시 업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특히 해당 직군의 직원들은 성과에 따라 연봉을 가져가는 개별 연봉 직군이 대부분이라 대다수가 재량근무제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KB증권도 이미 52시간을 도입했지만 해당 직군의 재량 근무 도입 필요성이 인정되고 노사가 합의를 한다면 시간을 두고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52시간 제도를 도입하면 성과가 떨어져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퇴근 후 가정에서 초과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량 근무 도입을 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노사합의다.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야 하는데 직원들이 허용하고 52시간 제도의 의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내용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업계에선 유권해석으로 남겨진 금융상품 개발 업무를 비롯해 트레이딩 업무나 기업금융(IB) 업무 등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부문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성과보다는 기본급 비중이 큰 일부 직원들의 경우에는 다소 아쉬움을 내비쳤다. 일부에선 해당 직군 범위가 넓어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52시간 근무 분위기에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