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년간 증권업계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롤 모델로 증권업 비즈니스 확장을 통한 수익 다변화에 힘써왔다. 올해는 IB 중심의 수익 변화와 핀테크와 결합한 신사업으로 노력이 가시화된 해였다. 증권업계의 큰 변화를 주요 키워드 이동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과거엔 주식 투자를 시작하거나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하려면 증권사 영업지점을 직접 찾아가야 했다. 계좌를 트려면 일단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야 했다. 이후에나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혹은 인터넷, 전화 주문 등이 가능했다.
주식 투자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2000년 들어 오프라인 중심의 주식 투자가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증권사 영업지점의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2016년부터 비대면 계좌개설이 허용되면서 최소한의 지점을 남겨놓고 나머지를 통폐합하는 곳이 늘고 있다.
◇ 비대면 계좌개설 후 증권사 지점 천개 안 돼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지점과 영업소는 924개다. 10년 전만 해도 1818개에 달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거래 문화 확산과 함께 급격히 줄었다.
올해엔 924개까지 지점이 줄며 지점 수가 가장 많았던 2011년 3월 말 1905개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비대면 계좌 개설 허용의 영향이 컸다. 이제 증권사나 은행 지점을 방문하거나 또는 증권사의 종합증권계좌를 보유하지 않아도 특정금전신탁과 투자일임계약을 제외한 모든 소매금융 서비스를 비대면 채널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올해엔 IT 기반 서비스 확대로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지점이 아닌 비대면 거래를 선택했고, 비대면 계좌 개설을 비롯해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 소매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회사의 마케팅과 각종 거래 혜택 등이 맞물려 비대면 거래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 고객 관리는 고도화…고객 유치보다 서비스 확장
지점 통폐합은 가속화하고 있다. '여의도=증권가'로 통했던 시대는 저물었다. 증권사 본사 1층에 지점 대신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는 풍경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증권사는 리테일의 무게 중심을 지점에서 온라인 고객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리테일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수료를 크게 낮추는가 하면 다양한 혜택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만 비대면 고객 관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비대면으로 계좌만 개설한 허수 고객이 많아지면서 고객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고, 서비스 확장에도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대면으로 대체하면서 줄어든 계좌 개설 비용을 고객 데이터 관리와 자산관리(WM)로 집중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고객 유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품 판매와 자산관리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오히려 더 고도화된 고객 관리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비대면 계좌개설이 허용되면서 종합증권계좌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소매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어 리테일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지만, 고객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생긴 위탁매매 수수료 무료 혜택이 가격으로 굳어질 수 있어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고객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수월한 채널을 확보하고, 서비스 다각화를 통해 수익원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