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년간 증권업계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롤 모델로 증권업 비즈니스 확장을 통한 수익 다변화에 힘써왔다. 올해는 IB 중심의 수익 변화와 핀테크와 결합한 신사업으로 노력이 가시화된 해였다. 증권업계의 큰 변화를 주요 키워드 이동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IT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도 바뀌면서 증권업계는 핀테크(FinTech)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IT 플랫폼을 통한 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금융투자상품 접근성을 확대하고 차별화한 서비스로 고객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의 디지털화는 비단 국내 증권업계만의 이슈가 아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노무라증권과 UBS 등 글로벌 IB가 앞다퉈 디지털 채널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IT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결제 서비스 및 디지털 상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 핀테크 기업과 제휴…기술·고객 '두마리 토끼'
국내외 IB가 앞다퉈 디지털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는 사업 범위 확대, 신성장 동력 발굴, 영업 효율성 개선 등을 위해서다.
투자 여력이 충분한 IB의 경우엔 자체적으로 투자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겠지만, 빠르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핀테크 업체와 전략적 제휴도 마다하지 않는다.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통해 증권의 관점에서 벗어나 기술 관점에서 증권업을 들여봄으로써 혁신적인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고, 핀테크 기업의 탄탄한 고객을 공유해 신규 고객 유치를 꾀할 수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와 업무제휴를 체결한 핀테크 기업의 고객 수는 카카오페이(2500만명), 네이버페이(2400만명), 삼성페이(1000만명), 카카오뱅크(900만명), 시럽(240만명), 토스(190만명), 케이뱅크(100만명) 등이다.
◇ 증권의 틀을 깨라…경쟁자는 핀테크 기업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서비스 등을 시작으로 AI 자산관리와 트레이딩 서비스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금융당국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된 증권 서비스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금융투자 상품권과 신한금융투자의 해외주식 상품권을 비롯해 SK증권의 개인 투자자 대상 장외 채권 중개 플랫폼 등이다.
핀테크 기업이 주도적으로 내놓는 증권 서비스도 나온다. 기관투자자 간 주식 대차 거래를 자동화 방식으로 지원하는 트루테크놀로지의 플랫폼 서비스가 대표적 혁신금융이다.
씽크풀은 투자자의 관심 종목에 대해 시장 상황을 서치해 자동으로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AI 트레이딩 서비스를 증권사 오픈 API(개방형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플랫폼과 연계해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의 에이콘즈(Acorns) 처럼 온라인 결제 시 잔돈을 금융투자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서비스나 채팅 플랫폼에서 손쉽게 주식을 사서 선물하는 서비스도 탄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IB는 기업공개(IPO) 자동화 솔루션, 인수합병(M&A) 중개 플랫폼 등 IB 부문뿐 아니라 오픈 데이터, API 플랫폼, 업무 자동화, 레크테그 등 전 부문에서 핀테크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며 "이와 비교해 국내 금융투자회사는 핀테크 신사업 발굴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서비스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핀테크 시대에 증권사의 경쟁 상대는 증권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위원은 "대형 IT 기업과 소규모 핀테크 기업이 금융투자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것은 증권업계에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IB의 대응 전략을 참고해 유망 핀테크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아웃소싱, 혹은 지분투자 등을 통해 제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