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정책금리는 당분간 현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외 불안요소로 꼽는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 움직임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추가 수익을 쫓는 투자자들이 배당주로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美 연준, 약 11년 만의 통화정책 전환
올해 미국 연준은 정책금리를 꾸준히 인하해왔다. 올 7월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기존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9월과 10월에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현재 금리는 1.50~1.75%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여 년 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긴축 정책을 통해 시장 안정에 주력하던 미국 금융 당국이 완화 조치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미국 연준은 2008년 12월 이후 올해 7월까지 10년 7개월 동안 정책금리를 꾸준히 올려왔을 뿐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통상 정책금리 인하는 경제 상황이 침체될 경우 시장에 돈을 푸는 조치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 조치는 각종 경제활동 지표가 양호한 상태에서 단행됐다. 최근 미국 내 고용시장은 견고하고 가계소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무역량도 감소하는 상황을 의식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세계 경제를 뒤덮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지시간 이달 10~11일 열린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분간 지금과 같은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FOMC 성명서에는 경기 확장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현 통화정책이 적절하다는 문구가 삽입됐기도 했다.
신흥국도 연이은 금리인하 조치
미국 금융 당국의 정책금리 인하 조치는 신흥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정책금리 인하 전후로 러시아 멕시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칠레 홍콩 등도 잇따라 금리 인하 조치에 나섰다. 인도의 기준금리는 2010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한국도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은행은 올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1.25% 수준까지 낮췄다. 현 기준금리는 2017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저성장 저물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과의 통상마찰,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침체된 성장률 등을 두루 검토한 결과다.
대신증권은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나 미국 물가 부진이 이어지는 한 (신흥국들은) 완화적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역시 일본 통상마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및 금융 지원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하 기조 유지"
시장에서는 국내외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기 확장 국면으로 전환하거나 물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금리 인하 배경이 된 제반 환경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의 초점은 현재 1단계 타결을 본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 진행 상황과 주요국 중앙정부의 금리인하 사이클 추세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중국이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어떤 정책을 들고나올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증권가는 낮은 수준의 금리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주문한다. 한화투자증권은 "낮아진 금리는 주식시장의 배당 매력을 높일 것"이라며 "향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나 추가 지표가 약화할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며 "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은행 ▲증권 ▲철강 ▲통신 ▲보험 등 배당 수익률이 높은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