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큼직한 이슈가 많았다. 국내 자본시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내년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올 한해 시장을 되짚어보고 내년 영향을 줄 주요 이슈들을 키워드로 가늠해본다. [편집자]
올해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면서 거래대금 역시 부진했다.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전체 이익의 30% 이상을 의존하는 증권업계로서는 한껏 긴장할 수밖에 없다
대신 지난해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뿐 아니라 중소형사까지 전사적 역량을 IB에 집중해 온 결과, IB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브로커리지 부문의 타격을 상쇄하기엔 충분했다.
특히 중소형사들이 IB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하며 추가 초대형 IB의 탄생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그동안 증자분에 따른 IB 비즈니스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증권사 이익 증가를 이끌었으나, 내년엔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거래대금 부진에도 증권사 이익 양호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연간 실적 신기록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증시 호황과 초대형 IB를 중심으로 시작된 IB 수익 증가에 따라 이익 증가 사이클이 시작됐고, 올해엔 증시 부진에 따른 거래대금 축소에도 불구하고 IB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안정된 이익 흐름을 이어갔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산한 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월 15조8000억원으로 시작해 상반기 내내 12조~16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8조~10조원 수준에 머물러 브로커리지 부문의 이익이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엔 늘어난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IB 부문 비즈니스를 확장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대형 증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이미 지난해 연간 이익치를 넘어서면서 올해 역시 신기록 행진을 예고했다.
실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익이 나란히 5000억원대로 올라서면서 지난해 연간 순익 4000억원대에서 앞자리를 바꿨다.
다만 내년에는 이 같은 흐름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시장 거래대금은 올해보다 다소 증가하겠지만 2016~2017년 자기자본 확대 후 2018~2019년 급격히 성장한 IB 수익이 신규 투자 여력 축소와 기저 효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하락 등으로 정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자기자본 확충 이어질까
결국 내년 IB 부문에서 이익을 얼마나 더 끌어갈 수 있을지가 내년 전체 실적을 결정할 것으로 보여 증권업계의 추가 자본확충 여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증권회사 수는 13개사다. 이중 3조원을 넘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분류되는 회사가 8개, 4조원의 초대형 IB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무려 6개다.
초대형 IB 지정을 위해 2016년 이미 자기자본을 4조원으로 맞춰 놓은 5개사 외에도 올해엔 신한금융투자가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4조원대로 올라서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 절차를 앞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 자본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가 발행 어음 사업 인가를 언제 받을 지도 내년 주목해 볼 포인트다.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는 초대형 IB 6개사와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함께 하나금융투자가 8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에만 두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을 3조40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내년에도 추가 증자를 통해 초대형 IB 요건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소형사도 앞다퉈 자기자본을 늘려 IB 영업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한화투자증권이 올해 초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자기자본 1조원대로 올라섰고, 현대차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각각 1000억원, 21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보통주를 발행해 1조원 대열 합류를 예고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은 위탁매매 수수료 부진과 IB 수수료 수익 하락으로 내년 순수수료 이익은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 성장을 끌어온 IB 부문은 잉여 위험액이 부족한 상황이라 추가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하든지 신규 투자 감소를 감내하든지의 갈림길이라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