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0년간 증권업계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롤 모델로 증권업 비즈니스 확장을 통한 수익 다변화에 힘써왔다. 올해는 IB 중심의 수익 변화와 핀테크와 결합한 신사업으로 노력이 가시화된 해였다. 증권업계의 큰 변화를 주요 키워드 이동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사업에서 벗어나 IB 부문으로 역량을 확대하는 가운데, IB에서도 부동산 투자 영역이 올 들어 뜨겁게 부상했다.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가 오피스 빌딩 혹은 항공기, 인프라, 발전시설 등에 투자하는 부동산 대체투자나 매입 자금을 대는 이른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짭잘한 재미를 봤다. 이로 인해 '증권회사=주식'이라는 도식도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금융 당국은 투자자 피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 해외 부동산 투자 늘지만 리스크도
신용평가사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익스포저(Exposure), 즉 위험노출액은 지난 2017년 3조7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3조9000억원으로 4배 급증했다.
부동산 투자로 그만큼 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들어 입이 벌어질 정도의 초대형 딜(Deal)이 성사되고 있다. 얼마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내 호텔 15개를 사들이는 약 7조원 규모의 통 큰 베팅을 단행했다. 국내 자본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증권사들은 국내 보다 시장이 크고 성장성이 높은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조 단위로 거래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여러개의 증권사들이 연합해 참여하는 형태의 딜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는 건설 시장 호황과 함께 증권업계가 관련 비즈니스를 확대하며 고수익을 창출해왔다. 부동산 PF는 증권회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시행사에 대출해주거나 채무보증을 서 유동화를 돕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모든 금융권 부동산 PF 채무보증 잔액은 총 28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잔액은 거의 대부분(93.2%)에 해당하는 26조2000억원이다.
◇ 규제 나온 부동산 PF…영향은 제한적
금융당국은 과열되는 부동산 투자로 인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 현지 실사 의무를 강화하고 해외 부동산과 연계한 펀드나 파생결합증권(DLS)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최근 국내 사업자가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계획이 틀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대규모 딜이다 보니 재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곳이 일부 발생하면서다.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더뎌지는 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PF의 경우엔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00%로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규제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부동산 PF 사업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일부 증권사들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규제가 증권사 부동산 PF 사업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주목할 부분은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 관리인데, 그동안 관리 수단이 없어 부동산 PF가 수익 창출원의 역할을 해왔으나 앞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PF 영업 확장 여력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높은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채무보증 한도 설정이 중요한데 PF 채무보증액이 자기자본의 2배 수준에 이르는 증권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대형 증권사의 직접적인 규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