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는 유동성 위험에 대한 고려없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됐으며,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이종필 전 부사장의 독단으로 운용돼 위법 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용사인 라임과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의 부실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면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투자 산업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
금융감독원은 상주 검사반을 라임자산운용에 파견해 환매와 관리 계획을 모니터링하고, 불법행위가 확인된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선 올 상반기 중으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금감원 "라임펀드, 비정상적 설계·불투명 의사결정"
금감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라임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비정상적 펀드를 설계 및 운용했으며 다수의 위법 행위를 했다. 애초에 라임펀드는 유동성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됐고 코스닥 상장사 전환사채(CB) 등 장기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단기 폐쇄형 구조를 채택해 유동성 리스크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투자자가 증권사와의 TRS 거래 등 레버리지를 활용해 원금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게 한 것도 유동성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잠적 중인 이종필 전 부사장이 독단으로 펀드를 운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다수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특정 펀드가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의 CB가 '감사의견 거절'로 손실 발생이 우려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펀드의 자금으로 부실기업의 사모사채를 인수, 이 자금으로 해당 펀드의 CB를 액면가에 매수했다.
임직원의 모랄 헤저드(도덕적 해이)도 적발됐다. 일부 임직원은 특정 코스닥 상장사의 CB에 투자하면 큰 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업무 중에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수백억의 부당이득을 얻기도 했다.
◇ "라임-신한금투, 무역금융펀드 부실 은폐"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투가 환매 중단된 2400억원 규모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의 부실을 은폐한 채 지속적으로 펀드를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2017년 5월 신한금투와의 TRS 계약을 통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 펀드 등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라임과 신한금투는 이듬해 6월경에 IIG 펀드의 기준가 미산출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그해 11월까지 IIG 펀드의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 조정해 인위적으로 기준가를 산정했다.
이들 회사는 IIG 펀드의 부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들이 해외사무 수탁사로부터 IIG 펀드의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 관련 메일을 그해 11월에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회사는 무역금융펀드의 500억원 규모 환매대금 마련을 위해 IIG펀드와 다른 무역금융펀드 등 5개 펀드를 합해 모자(母子)형 구조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펀드에 부실을 떠넘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투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준가 입력은 운용사와 사전에 체결되어 있던 약정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펀드자산의 구조화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 라임펀드 분쟁 전담창구 운영키로
금감원은 이달 7일까지 라임운용 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214건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무역금융펀드에 관한 것이 53건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신청 급증에 대비해 금융민원센터에 '라임펀드 분쟁 전담창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라임의 실사결과 등을 토대로 환매 펀드자산의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환매·관리계획을 내달 중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라임측에 2명의 상주 검사반을 파견해 밀착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선 신속하게 분쟁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4월부터 5월까지 법률자문을 받아 사기 및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등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올 상반기 중으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조정을 결정키로 했다.
금감원은 환매연기 라임펀드의 구체적인 현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작년말 기준 라임운용의 환매 연기 모(母)펀드는 4개이고, 이들 모펀드에 연계된 자(子)펀드는 총 173개(수탁고 1조6679억원)이다.
자펀드 판매사는 모두 19곳이며 이 가운데 우리은행(3577억원)과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순으로 판매액이 많다. 투자자 유형별로는 개인계좌 4035개(9943억원), 법인계좌 581개(673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라임 사태를 계기로 이날 사모펀드 규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는 사모사채나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같은 비유동성 자산이 50% 이상이면 수시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설정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아울러 사모펀드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면 투자자에게 이를 미리 알리고 동의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날 라임운용측이 발표한 펀드 손실률 자료에 따르면, TRS를 사용한 일부 자펀드는 증권사가 자금을 먼저 회수하면서 투자자들은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