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설계한 파생결합상품인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원유 ETF 상품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사전 고지 없이 임의로 구성 종목을 변경해 투자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운용사 측은 원유선물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해당 상품 펀드의 전액 손실로 인한 상장폐지를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ETF 투자자 2명은 지난달 27일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4월 사전 고지 없이 국제 원유선물 최근 월물인 6월물 비중을 줄이고 7~9월물을 편입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상품은 4월말 기준 순자산 8944억원 규모의 'KODEX(코덱스) WTI(서부텍사스산원유)선물(H) ETF'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제 원유선물 시장이 출렁였던 지난 4월에 펀드 자산 구성 비율을 사전 고지 없이 바꿨다. 4월22일 오후 기준 전체 자산의 73%를 차지했던 WTI 원유선물 6월물을 34%로 줄이는 대신 7~9월물을 편입했다.
월물 분산 이유에 대해 회사측은 "WTI원유선물 가격이 증거금 이하로 하락하게 될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한 포지션 상실로 인해 펀드의 ETF로서의 성격을 상실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상품은 기초지수(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의 변동률을 추종하기 위해 선물 계약수를 순자산의 100% 내외로 확보해야 하고, 각 원유선물 가격이 거래소(뉴욕선물거래소)에서 부과하는 증거금 수준을 넘어야 한다.
만약 원유선물 가격이 선물 계약에 필요한 증거금 이하로 떨어지면 해당 펀드 내 보유현금을 동원해 증거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부족분만큼 정산이 될 수 밖에 없어 펀드 운용에 필요한 계약수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해당 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고 정상적인 운용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또 다른 월물 분산 이유로 6월물 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해당 상품의 상장폐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4월21일 5월물 선물 가격이 전대미문의 마이너스 수준까지 급락했고 그 이후에도 6월물 가격이 장중 6달러까지 하락해 월물 분산을 결정한 4월22일 당시 6월물의 가격이 마이너스 가격이 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혹시라도 6월물 종가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월물 변경 사실을 사전에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사전 공시를 악용한 선행매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매매 계획을 사전에 고지하면 글로벌 제3자 투자자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었다"라며 "전세계 원유 선물 투자자들이 펀드의 6월물 매도 의사를 파악해 선행매매를 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포트폴리오 변경을 먼저 실행하고 투자자에게 알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