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입성을 추진 중인 장외기업들이 오는 하반기 대거 상장을 예고하면서 증권가의 시선이 공모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수익원 다각화 및 시너지 효과를 위한 협업을 위해 여러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자기자본 투자를 단행한 혁신·유망 기업들이 연내 상장 채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이 후끈하게 달군 공모시장 분위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흥행 기대감이 감도는 기업들에 여의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속도내는 새내기 후보군들
30일 IB(기업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하반기 비상장 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를 단행한 기업들도 연내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IPO란 자금이 필요한 회사가 투자자에게 상장을 약속하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일종의 자금유치 방식이다.
투자자는 저렴한 가격에 회사 지분을 인수해 상장 후 투자 차익을 낼 수 있고, 회사는 당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상장 일정이 가장 가시화된 기업은 2차전지 관련 기업 '티에스아이'다. 전기차 등에서 활용되는 2차전지의 전체 공정 중 믹싱 공정에 필요로 하는 시스템 솔루션 제공을 주력 사업으로 두고 있는 업체다.
티에스아이는 이달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공모가는 7500~9500원으로 총 185만주 발행을 통해 139억~179억원 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달 하순 코스닥시장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한국투자증권은 투자목적으로 10억원을 들여 회사 지분 38만8151주를 인수한 바 있다. 지분율 5%에 해당하는 수치다.
보수적으로 주당 취득 가액을 2600원으로 잡고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 가격인 75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투자증권은 한 주당 4900원 가량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추후 확정 공모가액, 보호예수기간, 이에 따른 주가 변동에 따라 이익 규모가 달라지겠지만 쏠쏠한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미래에셋대우가 과거 벤처 펀드를 통해 투자한 '다음소프트'가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3년 전 키움증권이 40억원 규모로 지분을 사들인 '와이즈버즈'도 이달 엔에이치스팩12호와 합병을 마무리 지으며 오는 8월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다.
◇ 시너지 창출 위해 투자하기도
투자목적 외에도 시너지 창출을 위해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인공지능(AI) 활용도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확대되면서 투자를 통한 기술 접목 활용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연말 AI비지니스를 통한 시너지 증대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금융 스타트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지분을 취득한 바 있다.
총 30억원을 투입해 회사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 지분 9.38%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당 취득 가액은 30만원으로 추정된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유명세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AI 상장지수펀드(ETF) 'QRFT(Qraft AI-enhanced ETF)'의 수익률이 15%를 웃돌면서 4% 대의 수익률을 기록한 미국 대표 벤치마크 지수 S&P 500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술적으로나 상품 운용 적인 측면에서나 업계의 센세이션을 몰고다니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와는 AI 기반 펀드를 위해 협업을 하는 중"이라며 "향후 상장, 주가 차익을 보고 지분을 매수한 게 아니라 펀드와 같은 상품에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자 지분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 주관 경쟁 심화⋯프리IPO 활로
증권사들이 유망 원석을 찾아나서는 데는 점차 심화하고 있는 주관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기업 1곳당 평균 공모금액은 지난해 기준 220억~230억원 수준이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기업공개(IPO) 1건당 증권사들이 올릴 수 있는 주관 수수료 수익은 4억~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코스닥 IPO 상장 주관 수수료율은 2~3% 안팎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주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길게는 수년에 걸쳐 공을 들인다. 그에 비해 주머니 속에 떨어지는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한다. 주관 수수료 만으로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다.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추후 주관 계약 체결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는 게 증권사들의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ECM(주식발행시장) 부문 관계자는 "IPO 주관 계약 1건 진행하고 받는 수수료는 다른 사업부에서 올리는 실적에 비하면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