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내 비용 부서로 인식되면서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매체를 활용한 정보 전달 등을 앞세워 존재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유명 주식 유튜브 채널과 협업해 유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 하면 자체 채널을 키우는 데도 힘을 쏟는 모습이다.
◇10년새 500명 줄어…'구조조정 1순위' 신세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천피', '천스닥' 등 증시 활황에도 올해 증권사 애널리스트 인력은 1069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시 등락에 따라 증감한다. 증시 활황기에 그 수가 증가하고 침체기에 감소하는 식이다. 개별 산업별로도 투자자 사이에 인기를 끄는 산업의 애널리스트 수는 늘어난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증시와 반대로 향하는 모습이다.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10년 전인 지난 2010년 말(1508명)과 비교하면 3분의 1가량이 증권사를 떠났다.
한때 '증권업계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린 데는 리서치센터가 비용 부서로 인식되고 있는 탓이 크다.
통상 애널리스트가 산업과 상장기업 등을 분석하기 위해선 연구·탐방 등에 고액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투자자들이 투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증권사 분석보고서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줄게 됐다. 증권사들로선 수익을 내는 투자은행(IB) 등의 인력을 늘리는 대신 애널리스트 인력을 줄이고 있다.
◇'유튜브 바람' 타고 다시 증권사 얼굴로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리서치센터들이 개인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른바 '돈 버는 리서치센터'의 첫 포문을 연 메리츠증권은 최근 유명 주식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와 함께 진행했던 국내산업 기초 분석 동영상 서비스인 '주식대학' 첫 학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 초 개강한 주식대학은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 21명이 직접 강사로 참가해 반도체, 제약·바이오 등 각 주요 산업별 기초 세미나를 진행했다. 해당 강의는 유료로 진행됐음에도 수강생 수가 제법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공적 수익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은 자체 유튜브 채널 내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용자가 증권사 진성 고객이 돼 새로운 마케팅 창구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여기에 유튜브 채널 성장을 통한 광고수익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실제 증권사 유튜브 채널은 여타 주식 채널과는 달리 검증된 유명 애널리스트가 시황과 산업에 대해 쉽고 정확하게 분석해준다는 측면에서 투자자 수요가 매우 높다. 구독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곳도 여러 곳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키움증권의 스타 애널리스트인 서상영 투자전략팀장을 스카웃하며 유튜브 채널에 힘을 더했다. 서상영 팀장은 키움증권의 유튜브 구독자수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 시황과 내일장 전략을 짚어주는 '서상영의 투자전략' 채널을 운영해왔다.
삼성증권도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은 베테랑 애널리스트를 앞세워 주식 초보자를 위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투자정보팀을 이끌고 있는 정명지 팀장이 수급, 금리, 차트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상황을 설명하고 영상 말미에는 구독자와의 Q&A 시간을 통해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춘 투자정보를 공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는 국내에서 접하기도 어려운 반면 국내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에 대해선 지적재산권 개념이 희박하다"라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가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받고, 리서치센터의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