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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증권이 쏘아올린 공'…증권사 MTS는 변신 중

  • 2021.06.24(목) 09:41

NH·삼성·KB 등 줄줄이 MTS 개편
예상 밖 토스증권 돌풍에 위기감
토스증권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12년 만에 등장한 '무서운 새내기' 토스증권의 돌풍이 조용하던 증권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토스증권이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의 성공을 발판 삼아 고객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대규모 투자자 유치에 성공하자 위기감을 느낀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쉬운' MTS 개발과 출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객 확보 수단으로서의 중요성과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MTS를 둘러싼 증권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KB증권 '바닐라'와 NH투자증권 '나무'./사진=각 사 제공

NH·삼성·KB, 연이어 MTS 편의성 개선

증권사들의 MTS 개편은 이달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나선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9일 자사 MTS '나무'와 QV 앱 홈 화면에 △트레이딩 △상품·솔루션 △나의 자산으로 세분화한 3단 홈서비스를 도입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홈 화면을 설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3단 홈서비스 외에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거래한 주식과 상품, 트렌드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맞춤형 알림을 통해 고객이 MTS를 통해 손쉽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아예 새로운 간편 투자 앱을 내놨다. 지난 16일 출시한 'O2(오투·오늘의 투자)'는 메뉴 수가 78개로 기존 MTS인 mPoP의 메뉴 510개 대비 6분의 1에 불과하다. 홈 화면에는 자사 MTS 이용자들이 조회하는 기능 중 86%를 차지하는 '총 잔고', '보유종목', '관심종목', '리포트', '이벤트' 등 주요 기능들만 모아 원스톱 투자가 가능하게 했다.

가장 최근에는 KB증권이 이스트소프트 자회사 줌인터넷과 손잡고 만든 테크핀 기업 '프로젝트 바닐라'를 통해 '바닐라(vanilla)'라는 이름의 MTS를 출시했다. 기존 증권사 MTS와 비교해 복잡한 카테고리를 대폭 줄이고 관심종목과 개인 자산 현황 등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찾는 메뉴와 주식매매에 꼭 필요한 기능을 중점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는 게 KB증권의 설명이다.

특히 KB증권이 공을 들인 것은 '바닐라픽'이다. 사용자가 최신 투자 트렌드를 바탕으로 분류된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읽기 쉬운 콘텐츠 형태로 제공한다.

'설마 했는데'…토스증권 돌풍에 위기감

내로라하는 증권사들이 MTS 편의성 개선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것은 동학개미운동 이후 주식투자에 새로 뛰어드는 주린이(주식+어린이) 공략이 표면적으로 가장 큰 이유지만 업계 막내 격인 토스증권의 약진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대형사들은 초기 자본금이 5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신생 소형 증권사의 등장에 대해 별다른 경계감을 나타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입자 2000만 명을 자랑하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기반으로 주식에 입문하는 2030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한 토스증권은 생각보다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철저히 주린이 위주로 설계한 MTS와 계좌 개설 고객에게 주식을 1주씩 주는 마케팅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이는 정식 출범 3개월 만에 350만 계좌를 유치하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들 계좌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가 관건이나 적어도 투자자와 업계에 초반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다고 볼 수 있다.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으로 사상 유례없는 증시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기존 증권사들로선 토스증권의 돌풍을 넋 놓고 쳐다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기존 고객을 지키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MTS를 비롯한 고객 서비스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비대면 채널의 활성화를 촉발시키면서 MTS가 향후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MTS 경쟁력 확보를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을 더 빨라지게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투자 저변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토스증권 제공

토스증권,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토스증권은 기존 증권사들의 공세에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맞서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MTS 내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예를 들어 종목 검색에서 삼성전자를 클릭해 들어가면 '의견'이라는 메뉴가 뜬다. 이는 일종의 종목 토론방으로 대화명을 보면 주주와 비(非)주주가 구분된다.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정보 공유를 활발하게 하되 왜곡된 정보가 무차별하게 유포되지 않도록 주주 배지를 활용, 실제 투자자와 관심 투자자를 구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업계의 MTS 변화와 무관하게 '금융'이라는 확실한 주제를 가진 토스 플랫폼 안에서 주식거래로 연결된다는 점이 토스증권의 경쟁력"이라며 "대형사들의 MTS 개편 움직임을 따라가기보단 고객 피드백을 수시로 접수하고 이를 빠르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토스증권만의 색깔을 지켜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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