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후반 개인투자자 김씨. 대어급으로 꼽히는 A기업의 공모주 일반청약을 위해 인터넷 게시판을 샅샅이 뒤져 증권사 계좌 개설을 완료하고 증거금(계약금) 납입을 완료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A사의 '따상'(연속 상한가)으로 차익을 보기 위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을 시도한 김씨는 울상이 됐다. 상승세를 틈타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서버 과부하로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억울했던 김씨는 "증권사 MTS 오류 탓에 매도 타이밍을 놓쳐 손해를 봤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전산장애로 인한 손실은 주문기록 등 증거자료가 없으면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며 "증권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답했다.
초유의 주식투자 열풍이 2년간 이어지면서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사에 대한 민원이 1년새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 중에는 김씨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MTS 전산장애로 주식 매매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런 실태는 금감원이 11일 발표한 '2021년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동향'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해 금투사에 대한 민원은 9168건으로 전년대비 19.2%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HTS·MTS 장애 관련 민원이 2323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112.7% 늘어난 게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헤이스팅스 H로열티 사모펀드 상환 불이행으로 한화투자증권 민원이 전년보다 1900% 급증했다. 다음으로 HTS·MTS 전산 장애로 SK증권(713.6%), 미래에셋대우(50%), 대신증권(12.4%) 등의 민원이 많이 증가했다. 활동계좌 10만좌당 환산 민원건수 기준이다.
은행에 대한 민원은 1만2382건으로 전년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와 사모펀드 사태 발생으로 2020년 증가했던 여신 및 펀드 유형의 민원이 감소한 게 특징이다. 그간 민원이 주로 제기됐던 보험(5만601건)과 카드 등 비은행 업권(1만5046건) 민원은 전년대비 5.1%, 12.1% 각각 줄어든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금융민원의 4분의 3 수준인 75.3%를 차지했다.
이로써 지난해 금감원이 접수한 금융 민원은 전년대비 3.5% 감소한 8만7197건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전체 민원이 감소한 원인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봤다. 지난해 3월 금소법으로 판매규제가 도입되면서 금융사들의 완전판매 노력이 강화됐고 불완전판매 민원 비중이 감소(13.5%→11.5%)했다는 것이다.
인구 10만명당(환산기준) 연간 민원건수는 평균 126.1건이었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30대가 228.2건으로 가장 많았고 40대(167.5건), 50대(124.2건), 20대(108.3건), 60대 이상(83.3건) 순을 보였다. 2020년도에도 같은 순위를 나타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