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상품의 구조처럼 보험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보험업계가 민원을 통한 보험계약 해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보험가입자 본인이 원해서 보험을 해지할 때는 해지환급금만 주면 되지만, 민원해지는 이제까지 낸 보험료를 전부 돌려줘야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금융소비자법(금소법) 시행 이후 민원해지로 보험을 해약하는 것이 더 쉬워졌는데, 보험사로서는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합니다.
3%대 저축보험이 사실 종신보험?
업계에 따르면 민원해지 요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상품은 종신보험 등 보장성 상품입니다. 생명보험사에서만 판매되는 상품이죠. 일부 소비자들은 이 상품을 주로 저축성 보험처럼 오인하도록 팔았다며 민원을 넣고 해지하고 있죠.
내용을 자세히 보면 1~2%대 수준인 은행 예금금리와 비교해 보험상품이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한다고 얘기하는 식입니다. 종신보험이 확정된 금리의 해지환급금을 지급하는 걸 '눈속임'하는 거죠. 해지환급금은 이미 낸 보험료보다 훨씬 적죠. 여기에 3%대 확정금리를 붙여준다고 해도 소비자 손해가 불가피한 겁니다.
또 일부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원하는 기간 동안 필요한 만큼 월분할이나 연분할로 나눠 생활자금이나 자녀 교육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죠. 일부 소비자들이 이 부분을 오인해 '종신보험인 줄 몰랐다'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A생보사 관계자는 "특히 종신보험은 금리 부분을 설계사의 책임으로 몰아가면 보험사가 속수무책으로 민원해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종신보험에 대한 '소비자 주의보' 보도자료를 내면서 확정금리 용어를 문제 삼았기 때문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소비자 성향 테스트 '적합성원칙'도 발목
'적합성원칙 위반'으로 민원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적합성원칙은 보험가입 전 설계사(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가 보험소비자의 정보를 미리 파악해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걸 뜻합니다. 금소법 시행으로 보장성보험까지 적합성원칙 평가가 의무사항이 됐는데요.
계약을 체결할 때 가입목적 표기가 문제가 되고 있죠. '보험설계사가 기입한 가입목적과 보험소비자 본인의 실제 가입목적이 다르다'며 민원해지를 요청하는 겁니다.
B생보사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한 소비자가 암보험 서류를 보다가 가입목적이 '단기 재산 증식'으로 잘못 체크 돼 있는 걸 보고 민원을 넣었다고 합니다. 보험해지도 요청하고요. 설계사는 "분명 그렇게 들었다"고 보험사에 보고했지만 소비자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했다"고 지속적으로 민원해지를 제기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현행 금소법상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고의·과실 입증 책임이 보험사에 있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녹취록 등을 제시하지 않으면 입증할 방법이 없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이후 보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민원해지 방법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며 "금감원으로 들어가 문제가 커지면 과태료가 최대 1억원이나 부과돼 부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