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대마불사'는 옛말…IPO 흥행 필수 조건은 

  • 2022.05.06(금) 17:51

SK쉴더스 상장 철회…상장 목표·전략 중요
구주매출·적정 공모가·유통물량 관리 필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인 SK쉴더스가 상장 계획을 접었다. 대어급 중에서는 연초 중도 하차한 현대엔지니어링 이후 두 번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을 철회 이유로 들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IPO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을 확 끌만한 명확한 성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피=비즈니스워치

야심 차게 나선 SK쉴더스, 중도 하차

SK쉴더스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오는 9일과 10일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청약을 실시한 뒤 1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6일 오전 돌연 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앞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당시 예상보다 저조했던 참여율을 이유로 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참여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로 인해) 아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SK쉴더스는 향후 기업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되면 다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도 받았기 때문에 아마 150일 이내에 다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해진 바는 없지만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K쉴더스에 앞서 지난 1월 말 현대엔지니어링도 수요예측 참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상장 목표·전략'이 흥행 바로미터

올해 IPO 시장은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상장 목표와 전략이 중요해진 모양새다. 각국 중앙정부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증시 상황도 급변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투자심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모시장 내 옥석가리기가 강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혹할만한 상장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힘든 시점에 들어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코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포바이포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포바이포의 공모 대상 주식 수는 177만4967주다. 이 가운데 전체 물량의 89.6%인 159만주가 신주로, 구주 매출은 18만4967주에 불과하다. 반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는 구주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SK쉴더스의 상장 예정 물량인 2710만2084주 중에 맥쿼리자산운용의 특수목적법인(SPC)이자 SK쉴더스의 2대 주주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 유한회사'가 내놓은 물량이 1264만7639주로, 구주 매출이 전체 46.6%를 차지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구주 매출이 무려 75%에 달한다. 1600만주 상장에 1200만주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글로비스,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기존 주주로부터 나온 것이다. 

구주 매출은 비율이 높을수록 물량을 내놓은 주주들의 현금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 확장 또는 설비·투자 등에 활용돼야 하는 공모자금이 주주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통 물량이 적었던 점도 포바이포가 SK쉴더스, 현대엔지니어링과 상반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상장 직후 포바이포의 유통 가능 물량은 1022만4235주. 최대주주를 비롯해 지분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짧게는 한 달에서 최대 2년6개월까지 보호예수를 걸었다. 

그에 따라 유통 제한 물량은 전체의 79.3%인 811만2098주에 달한다. 20% 남짓한 지분만 상장 후 거래가 가능했던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금리 인상과 관련된 발언 한 마디에 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탓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모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구주 매출 비중이 높고 보호예수 확약률도 낮은데 어떤 투자자들이 기존 주주들의 차익실현을 위해 공모에 참여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포바이포의 경우 상장 이후 유통 주식 수가 적고 회사의 성장성이 보이는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대에 상장 첫 날 '따상(시초가 공모가 2배 형성 후 상한가)'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상장 목표와 전략 등이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기관투자자, 몸 더 사린다

작년과 달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도 좀 더 보수적으로 공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회사마다 기준은 상이하지만 내부적인 원칙을 세워 참가를 아예 배제하는 기업들도 있다.

예를 들면 구주 매출이 30% 이상인 기업 또는 상장 후 유통 물량이 40% 이상인 기업 등은 투자 제한 기업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심심치 않게 일면서 자체적으로 산출한 밸류에이션과 괴리가 큰 기업들도 선택지에서 빼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할 경우 그에 따른 여파가 일반 공모청약까지 이어진다는 데 있다. 개인은 기관들의 투자 패턴을 일정 부분 따라가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야 수익률을 생각하면서 공모에 참여하겠지만 기관들은 구주 매출 비중 내지 락업(보호예수) 확약률 등에 대한 내부 방침을 세워놓고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며 "일부 상장 예정 기업에서는 이를 의식해 공모가를 깎아주거나 하는데, 이마저도 이제는 회사의 성장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살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