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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0원'의 대가...해외주식 거래 안정성 '구멍'

  • 2022.06.15(수) 14:54

다올·IBK, 현지 브로커 이슈로 해외주식 거래 정지
해외주식 마케팅 과열에 비용절감 우선시 부작용

한동안 각종 이벤트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리던 증권사 해외주식 거래 시스템에 구멍이 발견됐다. 현지 중개업체(브로커)의 영업정지로 하루아침에 일부 국내 증권사 고객들의 거래가 막히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계약 당사자인 증권사들은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해 이번 사고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무리한 수수료 경쟁으로 안정성 관리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올, IBK 해외주식 브로커, 작년부터 당국 규제 대상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해외주식 매수 서비스를 중단했다. 두 증권사는 각각 올해 3월, 작년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이들이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현지 파트너사인 LEK증권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현지에 지점이 있는 증권사를 경유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DTCC)과 증권청산소(NSCC)는 LEK증권에 업무 중단을 통보했다. 그 이유로는 △위험 대비 자본과 유동성이 약하다는 점 △내부통제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점 △재무 및 사업상의 변화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올해 3월 청문회를 거쳐 거래 중단이 최종 결정됐고 이 사실은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고지됐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이미 중개업무가 불가능한 회사와 손을 잡고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개시한 셈이다.

당사자들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치가 확정되기 전까지 거래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몰랐다고 해명하면서 "이전엔 특별히 이슈가 없던 회사"라고 전했다.

거래 중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갔다. 하필 나스닥지수가 4%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날, 적시에 거래가 어려워진 것이다. 양사 고객은 매도 거래만 유선 데스크를 통해 진행할 수 있고 매수 주문을 하기 위해선 타 증권사로 대체 출고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의 명암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과열된 해외주식 마케팅 전쟁이 지목된다.  

지난 2년간 서학개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수익을 노리고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수수료 0원', '환율 우대'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가 하면 타 증권사에서 해외주식 계좌를 옮겨올 경우 현금이나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마케팅 비용을 메우기 위해 브로커 선정시 비용을 아끼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현지 증권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회사 규모가 작은 곳들은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하락장 속에서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꾸준한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지난달 미국주식 매수·매도 결제대금은 241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1조원에 이른다. 작년 같은 달 228억달러에서 13억달러가량 증가했다.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작년 5월 25조원에서 1년 만에 16조원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해외주식 투자 열기는 비교적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복수 브로커 선정으로 안전판 마련해야 

업계에선 현지 브로커 선정시 꼼꼼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복수의 브로커를 둠으로써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증권은 LEK증권을 브로커로 두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업체와도 계약을 맺고 있었던 덕분에 거래 정지 여파를 피해갈 수 있었다.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 2개 이상의 현지 파트너사를 두고 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은 두 개 이상의 현지 증권사와 브로커 계약을 맺고 있다. 

중형사 중에선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현대차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이 복수의 브로커와 계약을 맺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한 곳을 더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한 회사와 계약을 맺게 되면 같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에서 브로커들을 무한정으로 늘리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래 정지 사태의 당사자인 IBK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다른 브로커를 물색하거나 복수의 브로커를 선정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한수 연구위원은 "투자자들 역시 시스템 이해도를 높이고 신뢰도를 바탕으로 증권사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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