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5%대로 올라섰다. 공매도 타깃은 화장품, 증권, 가전, 게임 등 업종을 막론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3월과는 달리 공매도 금지 카드를 아끼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그때와 지금의 시장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코스피 공매도 거래비중 5%로 '쑥'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29일부터 7월5일까지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의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공매도 거래비중도 평균 5.27%로, △2월 4.17% △3월 4.38% △4월 3.91% △5월 4.98%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
같은 달 코스닥 시장 공매도 거래비중의 경우에도 평균 1.92%로, △3월 1.63%, △4월 1.81% △5월 1.89%에서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공매도 금지령이 떨어지기 직전이었던 2020년 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코스피, 코스닥 공매도 거래비중은 각각 6.71%, 2.39%였다. 코스피의 경우 1.44%포인트, 코스닥은 단 0.47%포인트 차이다.
이 가운데 공매도 거래비중이 40%를 넘는 종목도 등장했다. 지난 4일 기준 아모레퍼시픽과 덕산네오룩스의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은 각각 42.45%, 41.94%로 집계됐다. 공매도 집중 포화 대상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에스원(보안), 하나투어(관광), 휠라홀딩스(의류), 쿠쿠홈시스(가전), 메리츠증권(증권), 스튜디오드래곤(콘텐츠), 카카오게임즈(게임)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30%를 웃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증시 급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공매도를 지목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기법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 매도한 다음 실제로 가격이 내리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 대표는 "공매도 거래 비중의 70~80%를 차지하는 외국인이 공매도를 통해 국내 증시를 공매도에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당국이 실태를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전면 재개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금융당국은 증시 상황과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급히 태도를 바꿔 동향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된 2020년 3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으나 지난해 5월 코스피 200, 코스닥 150 종목에 한해 재개한 뒤 연내 전면 재개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전문가들 "증시 리스크, 2년 전보다 낮아"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특별감리부 산하 특별감리팀을 신설해 금융위원회에 특이사항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기대한 공매도 금지 정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투자업권 간담회 자리에서 공매도 금지를 금융위에 건의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똑같은 정책을 기계적으로 그대로 쓸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도 "전면 재개를 고려했던 입장에서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공매도 금지 카드를 내놓지 않는 배경에 대해 증시 리스크가 그때만큼 과하진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에는 코스피 지수가 1400포인트까지 급락하는 등 단기간 낙폭이 컸던 반면, 현재는 주가가 고점을 형성한 후 조정되는 국면에 있다는 것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9배로 하방 지지선에 도달했다"면서도 "하반기 기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할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변동성도 아직까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는 2020년 1월 초 10포인트대에서 3월 중 69.24포인트로 껑충 뛰면서 70선까지 위협받았다. 현재 20포인트대로 오르긴 했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물이나 파생상품 등이 있기 때문에 공매도만 막는다고 하락 베팅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에서 주목하는 지표가 경보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공매도 금지는 마지막으로 쓰이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공매도 금지 정책을 완전히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정책이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을 때 지수가 바닥을 형성하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매도 금지를 통해 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